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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미자술 /황동규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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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술 / 황동규(1938~ )


오미자 한 줌에 보해소주 30도를 빈 델몬트 병에 붓고
익기를 기다린다.
아, 차츰차츰 더 바알간 색,
예쁘다.
막소주 분자(分子)가
설악산 오미자 기개에 눌려
하나씩 분자 구조 바꾸는 광경.
매일 살짝 보며 더 익기를 기다린다.
내가 술 분자 하나가 되어
그냥 남을까 말까 주저하다가
부서지기로 마음먹는다.
가볍게 떫고 맑은 맛!

욕을 해야 할 친구 만나려다
전화 걸기 전에
내가 갑자기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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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어여쁜 누이의 복사빛 볼이 떠오르는 이름. 명자나무 하면 떠오르는 바알간 꽃빛 같은. 보해소주 30도 분자들을 물들인 오미자술, 그 한 잔의 사랑, 한 잔의 용서, 한 잔의 봄, 그리고 한 잔의 비애, 한 잔의 고통, 한 잔의 분노… 인생의 몰약이자 마약, 명약이자 독약! 저리 불타오르는 물, 폭발하는 물! '입과 항문 사이를 온통 황홀케 하는 술, 계속 익을까?'

<정끝별.시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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