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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리 / 이성선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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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 이성선 (1941~2001)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 허전하게 남아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해설]
기능적으로만 보자면 다리는 그곳을 통과하는 사람과 무관한
존재다. 빨리든, 천천히든 원하는 자를 무사히 통과시켜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오로지 저만의 목적만을 위해 다
리를 이용하는 자는 다리 나름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자다. 무어보다도 무수한 과정의 집합일 뿐인 삶의 다양성과
풍부성을 간과하는 자다.
결국 다리를 외롭게 하는 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불행한 자인 셈이다.-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17076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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