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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늦도록 꽃 / 정끝별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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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도록 꽃 / 정끝별 (1964~ )


앉았다 일어섰을 뿐인데

두근거리며 몸을 섞던 꽃들
맘껏 벌어져 사태 지고

잠결에 잠시 돌아누웠을 뿐인데

소금 베개에 붇어둔
봄 마음을 훔친
저 희디흰 꽃들 다 져버리겠네

가다가 뒤돌아보았을 뿐인데
제 그늘 만큼 봄날을 떼어가네

늦도록 새하얀 저 꽃잎이
이리 물에 떠서


[해설]
겨우내 얼어붙어 있었던 땅 속의 어둠과 희푸른
봄 하늘이 서로 마주보고 응답하면서 피어낸 꽃
들이 한창이다. 뿌리내린 지상의 깊이와 머리 두
르고 있는 하늘의 높이를 향긋한 꽃향기를 뿜어
내며 벌과 나비를 부르고 있다. 작은 동요 또는
희미한 기미에도 민감하게 피고 지는 이러한 꽃
들과 시인의 거리는 문득 이미 사라지고 없다.

지극한 친교 내지 교감의 감정 속에선 흘러가는
물 위에 떠있는 한 송이 꽃잎조차 결코 떠나가지
못한다. 내가 꽃잎이 되고, 꽃잎이 내가 된다.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17108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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