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겨우내 얼어붙어 있었던 땅 속의 어둠과 희푸른
봄 하늘이 서로 마주보고 응답하면서 피어낸 꽃
들이 한창이다. 뿌리내린 지상의 깊이와 머리 두
르고 있는 하늘의 높이를 향긋한 꽃향기를 뿜어
내며 벌과 나비를 부르고 있다. 작은 동요 또는
희미한 기미에도 민감하게 피고 지는 이러한 꽃
들과 시인의 거리는 문득 이미 사라지고 없다.
지극한 친교 내지 교감의 감정 속에선 흘러가는
물 위에 떠있는 한 송이 꽃잎조차 결코 떠나가지
못한다. 내가 꽃잎이 되고, 꽃잎이 내가 된다.
-시인 임동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