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들은 흔들리면서 / 오규원 (1941~ )
살아있는 것들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리면서 스스로
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도 하나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마라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해설]
'살아 있다"는 것은 '흔들린다'는 것이고,
그 흔들림은 온갖 슬픔이나 고독, 고통 등
을 낳는다. 그러기에 우린 될 수 있는 한
그 걸 피하고자 하지만, 인간의 심연을 평
온치 않게 하는 그 흔들림이 바로 자신의
존재를 살찌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
자의 살아있음은 그 흔들림으로 드러난다.
끊임없는 생상과 변화의 과정에 속해있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자의 공통된 운명이다.
우주적 질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것들
은 필시 우주의 율동인 바람에 흔들릴 수
밖에, 그 불가항력의 흔들림을 겸허히 제
생의 본질로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17111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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