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크랩] 참 큰 가방 / 권주열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4:38

본문

참 큰 가방 / 권주열


강동 바닷가 마을에는
참 큰 가방이 하나 있다

지퍼 같은 수평선을 열면
멸치 가자미 꽃게 고래까지 온갖 잡동사니가
쏟아진다

가끔은 타고 나간 배 한 척 다 집어넣고 온 어부들이 신문에 나기도 하지, 그런데도 그날

그 가방 속
가득 찬 것도 아니다
그 가방 그 날, 제법 더 묵직한 것도 아니다

강동에 오면
날마다 지퍼 같은 수평선을 열고
그 가방 속에서 둥근 해를 끄집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집 '바다를 잠그다'(정신과 표현)중에서


[해설]
통통통...수평선을 군복바지처럼 다리며 오는 저것이
다리미인 줄 알았더니, 지퍼 손잡이였구나. 수시로 출
렁이면서도 결코 찢어지지 않는 저 푸른 잔등이 가죽
이었구나. 멸치와 가자미뿐이랴. 수시로 고등어와 갈
치와 새우젓을 우리의 밥상에 올려준다. 최초의 생명
도 저 가방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우리를 낳고 우
리를 거두어 주던 저 젖어미도 점점 젖이 말라간다는
소식이다. 지나친 남획과 오염과 기상이변으로 우리의
후손들이 꺼낼 것들이 점차 바닥이 나고 있단다. 날마
다 둥근 해를 한 알씩 낳아 우리를 밝혀주는 저 젖어
미에게 우리도 이제 효도를 해야하지 않을까 - 시인 반칠환

-동아일보.2007년 1월 12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메모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