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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관한 명상 수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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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심 2004. 9. 3.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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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히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2.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 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3. 비는 뼈 속을 적신다.

뼈저린 그리움 때문에 죽어간 영혼들은 새가 된다.

비가 내리는 날은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새들은 어디에서 날개를 접고

뼈저린 그리움을 달래고 있을까.


이 외수 / 비에 관한 명상 수첩 중에서





비오는 호수 위에 그리움 한 줌 씩 집어

잊어야지 하는 마음 담아 뿌립니다.

호수에 떨어져야 할 그리움들이

다시금 되돌아와 가슴에서 흐느낌은

세월이 놓지못한 미련 때문일 겁니다.


다 잊으라고 이젠 다 잊으라고

비는 하늘을 덮어버립니다.

숨죽이고 보고 있던 작은 바람도

보기에 안쓰러웠던지

눈물을 닦아주며 지나갑니다.


그리움 한 줌 씩 뿌릴 때마다

가슴 한 쪽은 무너져 내리고

아쉬움 들이 그 자리에 들어옵니다.

언제 왔는지 물안개가 온몸을 덮으면서

세월이 더 가면 잊힌답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 지남이 벌써 언제인데

돌아서면 그리움이 떠날 줄 알았는데

그러나 아직도 잊지를 못하고

철 오면 피어나는 민들레같이

해마다 때 되면 혼자서 열병을 앓았습니다.


이젠 그리워 말아야지.

호수에 뿌리고 돌아가는 발걸음 먼저

허무함이 앞장서서 갑니다.


오광수 / 이젠 그리워 말아야지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우산을 버리지 못하는 건 추억 때문이다.

큰 걸음으로 온 사람 큰 자취 남기고

급한 걸음으로 왔던 사람 급히 떠나가는 법

높은 새의 둥지에도 길을 여는

슬픔도 지치면 무슨 넋이 되는가 나무여,

그 우울한 도취여


삶에서 온전한 건 죽음뿐이니

우리는 항상 뒤늦게야 깨닫는다

잃을 것을 다 잃고 난 마음의 이 고요한 평화

세상을 다 채우고도 자취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외로움은 오히려 극한을 견디어낼 힘이 되는가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죽은 세포는 가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l 권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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