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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찬비 내리고 / 나희덕

예쁜 시

by 백연심 2006. 9. 1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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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비 내리고/나희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메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메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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