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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ㅡ 릴케

예쁜 시

by 백연심 2014. 9. 2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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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마침내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어 주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살찌도록 분부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날들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는 마지막 단맛이 들도록 하여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도 집을 짓지 못 할 것입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 떨어질 때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스레 방황할 것입니다.

 

         가을날  ㅡ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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