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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푸른 온천 / 조연향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3. 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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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온천


조연향

감싸듯 돌아 앉아서  
다 자라난 딸의 몸을 씻어주는 女子가 있다
제 속의 것을 씻어 내리고 있다
어찌 저 몸이 또 하나의 서거픈 운명의 형식을 만들었을까
둥근 유방과 하이얀 엉덩이를 빚은 뜨거웠던, 철 없는 시절의 사랑이여
그 뜨거움은 유산되지 않고 영원히 유전 되는 것    
아련한 옛날의 우물가에서
너 또한 하얗게 피워 올려야 할 하얀 찔레꽃을 어디에 숨기고 있는가  
몸속에 길이 있고 꽃밭이 있지, 불랙홀 같은  
몇 번이었던가 그 길위에서의
캄캄한 그리움 따위는 결코 물려주지 않으리라, 하여도
바알간 과일을 씻어 물기를 헹구는 손길이
마냥 쓸쓸하다 가을바람이 스쳐간
매발톱마냥 저 어머니의 손길은 쓸쓸하다
따뜻한 물길이 서늘하게 식을 때 까지
딸아이는 손가락끝으로 물방울을 튀기고 있다
갓 피어난 새끼의 어여쁜 젖망울과 제 속의 쓸쓸함이
한 줄기 불랙홀속으로 어울어울 흘러가는
철철철 저녁답의 저 물소리  




경북 영천 출생
199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2000년 [시와시학] 등단
경희대 국문과 박사과정 재학중
시집 <제 1초소 새들 날아가다>, < 오목눈숲새 이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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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저녁무렵 온천탕에서 다 큰 딸아이를 씻겨주는 어머니의 따뜻한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부지불식간에 커버린 딸아이를 보면서
문득 어머니는 찔레꽃같이 순박했던 젊은 날이며, 그립고 그리워서
캄캄했던 한 시절의 사랑이 생각납니다. 그러다가 가슴에 휑하니
불어오는 가을 바람으로 하여 저녁답의 물소리처럼 쓸쓸해지기도
하겠지요.
이 시는 화자가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화자가 바라보는 여체는 무한한 신비이자 생명의 원천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명의 탄생에 이르기까지에는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내포하게 마련입니다.
즉, 몸은 생명의 텃밭이기도 하지만, 하얀 고통의 찔레꽃밭이고,
블랙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의 제목인 ‘푸른 온천’은 그와 같은
어머니와 딸의 사랑, 고통 그리고 그리움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되고 있습니다. [양현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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