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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꿈 / 김청미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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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 김청미 (1964~)


사랑인양 눈을 맞추었던 노란 꽃 한 송이
깜박 잊고 밀쳐둔 수선화 화분에 물을 준다
몇 달째 물을 주지 않았던 화분 속에서
뿌리가 살아 있을 리 없겠지만
햇살에 부리를 쪼았던 병아리 색 꽃이파리들
얼마나 목이 마른 채
발아의 싹눈을 거두었을까
꿈이란 꼭 이루기 위해 갖는 것은 아니지
살아남아 숨이라도 쉬기 위해
꿈을 꾸는 때도 있는 것
고무풍선처럼 허망한 꿈이라도 갖지 않으면
숨도 쉴 수 없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 더러 찾아와
이렇게 죽은 뿌리에 물을 주면서
새벽 찬 물에 발목을 적셔보는 것이다

[해설]
꿈은 잠시나마 벗어날 수 없는 시간과 언어의 지루한 반복을
멈추게 하는 묘약이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현실의
고통과 불가능해 보이는 삶의 장벽을 한 순간에 뛰어넘게 하
는 대부정의 세계이다.
그러한 꿈은 단지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
니다. 그야말로 숨도 쉬기 어려운 절체절명의 시간을 견뎌내
기 위한 생존의 비책 내지 양생술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
리고 바로 이것이 우리가 죽은 순간까지 허망한 꿈이라도 갖
지 않으면 안 되는 가장 절실한 이유가 된다.-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17084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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