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성자 / 조오현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시집 '아득한 성자'(시학)중에서
[해설]
우리네 하루살이 인생도 하루살이 나름이지요. 하루를 천 년같이
산 하루살이가 있는가 하면, 하루를 반나절만도 못하게 한 하루살
이도 있지요. 하루 동안 같은 하늘을 엉기다 스러지지만 성자 같은
하루살이도 있고, 속물 같은 하루살이도 있고말고요. 하지만 우리
는 모두 하루살이 떼지요. 하루살이가 모두 하루살이인 것처럼 저
희 눈엔 사람도 모두 사람처럼만 보이는 걸요. 죽을 때가 지났는데
도 살아 있는 생명은 없지요. 살아서 죽을 때까지가 살 때이지요.
하루살이의 하루도, 거북이 천 년도 그저 한 평생이지요.-시인 반칠환
*동아일보. 2007년 8월 3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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