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 이문재 (1959~ )
거미로 하여금 저 거미줄을 만들게 하는
힘은 그리움이다
거미로 하여금 거미줄을 몸 밖
바람의 갈피 속으로 내밀게 하는 힘은 이미
기다림을 넘어선 미움이다 하지만
그 증오는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어서
고요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팽팽하지 않은 기다림은 벌써
그 기다림에 진 것, 져버리고 만 것
터질 듯한 적막이다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다
(해설)
필시 결핍 또는 부재에서 비롯되는 그리움은, 결코 하나될
수 없는 것들과 하나되기를 꿈꾸는 양식이다. 얼마간의 미
움과 증오를 감추고 있기 마련인 그 속에는 인간의 존립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강력한 에네르기가 들어 있다
마치 검은 비애의 몸뚱아리에서 은빛 거미줄을 뽑아내는 거
미처럼, 잘 다스려진 팽팽한 그리움은 죄악으로 얼룩진 각자
의 영혼을 치유하고 뒤틀어진 역사와 사회를 바로잡는 근원
의 힘으로 작용한다. 끝끝내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는 지금 그러한 터질듯한 그리움 또는 기
다람을 갖고 있는가 -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17045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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