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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도광의의 [이런 낭패]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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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에 갔다
간밤에 마신 술 탓에
새순 나오는 싸리울타리에
그만 누런 가래 뱉어놓고 말았다
늦은 귀향길 안쓰런 마음 더해가는
고향 앞에서 나는 또 한 번 실수에
무안(無顔)해하는데
때마침 철 늦은 눈이
내 허물을 조용히 덮어주고 있었다

도광의(1941-), [이런 낭패]



고향은 생명이 시작된 모성공간입니다. 우리가 도시생활에 찌들고 지쳐서 찾아가면 언제나 어머니처럼 그 넉넉한 품으로 감싸주고 위로해 주는 곳, 그래서 우리는 고향에 가면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실수를 하며 떼를 쓰지요. 시인은 오랜만에 고향에 갔습니다. 그런데 <간밤에 마신 술 탓에/ 새순 나오는 싸리 울타리에/ 그만 누런 가래를 뱉어놓>는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얼마나 안쓰럽고 무안한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해하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놀라운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보십시오. 철늦은 눈이 내리면서 시인이 저지른 어이없는 실수를 남들이 모르게, 조용히 덮어주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얼마나 포근하고 자비로운 모성입니까? 모든 것이 용서되고 포용되는 모성공간...., 고향을 가진 사람은 정말 행복합니다.

이 진 흥 (시인) -매일신문,2005/9/6.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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