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거의 다 넘어가는
텅 빈 들판을
새 한 마리 끼룩끼룩 울며
이쪽 하늘에서
저쪽 하늘 끝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초저녁의 달이
애처로운 얼굴로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
이동순(1950-), [새]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롭습니다. 어느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쓰고, 누군가는 외로운 군중이라는 말도 합니다. 외롭지 않으면 인간은 자신의 실존과 조우할 수 없다고도 하지요. 그래서 많은 시인과 예술가들이 그 본질적인 외로움을 묘사하는 모양입니다. 이 시에서도 시인은 외롭고 쓸쓸함의 근원적인 정서를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줍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아무도 없는 텅 빈 들판, 끼룩끼룩 울면서 이쪽 하늘에서 저 쪽 하늘 끝으로 날아가는 한 마리 새, 그것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초저녁의 달.... 서서히 저무는 시간과 쉴 곳 없는 텅 빈 공간 속에서 애절하게 울며 날아가는 새의 이미지는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존재자의 모습입니까? 여기서 우리는 새에 투사된 우리 자신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보면서 스스로의 실존을 각성하는 것이 아닌지요?
이 진 흥 (시인) -매일신문, 2005/9/8.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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