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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19강-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5

시 창작 교실

by 백연심 2007. 4. 1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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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15일 강의내용


휴일들 잘 보내셨습니까?
월요일이 제일 공부하기 힘드신 날인데 오늘은 공부보다
어제 쉬시면서 있었던 이야기부터 해 볼까요? 괜찮으니 그냥
수업에 들어가자구요? ㅎㅎ

그러면 여기 사랑방에 이쁜천사님이 올리신 가을 풍경들을
시간나면 보시는 것으로 하고, 강의에 들어가지요.

(영상시 몇 편을 올렸더니 음악이 함께 실렸군요. 미안합
니다만 스피커 소리를 최대한 낮추셨다가 마지막 영상시
감상하실 때 다시 키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토요일날 목포문협백일장을 주관하느라 제가 잠시 비운
사이, 갯땅쇠 홈과 강의실을 지켜주신,
쟈스미나님, 스터디맘님, 솔님, 오리님 감사드리고요.
집이 비었는데도 찾아와서 좋은 글 남겨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언어의 음악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지요.

6)언어의 음악성

언젠가 말씀드리면서 원시시대엔 음악과 시가 하나였다고
말씀 드린 기억이 있습니다.
제천의식에서 예술이 발전했다고 볼 때 원래는 하나에서
가사와 노래로 분리 된 것이지요.
그래서 시에는 곡조가 없지만 시를 읽으면 감동에
젖어 슬퍼지거나, 흥에 겨워 자연히 가락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곡조는 없어도 어떤 율격이 있어 음악성을 느끼게
하는 것은 운율이라 하는데 이는 시의 아주 중요한 특성이며,
다른 문학과 장르의 구별을 짓게 하는 핵심적 요소입니다.
조태일님은
"운율은 시가 갖게 되는 구조나 형식, 분위기,어조, 문장의
호흡, 음절 수, 음보, 음운의 반복 등에 의하여 형성 되지만
언어자체가 지닌 소리[형식]에 의해서도 생겨난다. 그러므로
의미전달을 중심으로 하는 일상언어가 언어의 소리 부분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과는 달리 시의 언어는 소리
가 빚어내는 미묘하고 섬세한 부분까지 그 음악적 효과를
살릴 수 있도록 사용하는 것이다."고 말씀하십니다.

프랑스의 대문호이며 어느 누구보다도 언어에 대하여
엄격한 태도를 지녔던 작가 플로베르가 그의 대표작
『보봐리 부인』을 집할 때의 일화입니다. 책상 앞에서
창작에 열중하던 플로베르는 갑자기 펜을 내려놓고
피아노 앞에 가서 난데없이 건반을 쳐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부인은 행여 남편이 작품을
구상하는데 혼란이라도 생길까봐 걱정스러워서 한 곳에
집중시키지 못하고 산만스러운 그의 행동을 나무라자
플로베르는 "내가 피아노를 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오. 나는 이 피아노 소리로써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문장의 단어들이나 구절들이 소리가 듣기 좋고 서로
조화가 잘 되었는가를 알아보는 중이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프로베르가 소설을 쓰면서도 언어의 소리가
지닌 음악성이나 어감까지 살폈는데 시에선 그 음악성을
강조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겠지요.
이런 점에서 음악을 전공으로 하신 분들은 유리한 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산문시들도 많이 유행하고 있습니다만, 그 안에
운율이 빠지면 이는 산문시가 아니라 바로 산문으로
빠질 염려가 있는만큼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언어의 소리는 단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나
형식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솔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자아내게 하고, 분위기를 불러 일으키며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의성어나 의태어에게 그런 요소가 충분한데요.
보실까요?
돌돌, 졸졸, 살랑살랑, 설레설레, 출렁출렁, 모락모락,
우줄우줄, 철썩철썩, 사락사락, 옹알옹알, 팔랑팔랑,
설레설레, 옹기종기, 곤드레만드레, 불그락푸르락,
포실포실, 앙알앙아르 덩실덩실, 꼬르륵꼬르륵,
얼마든지 있지요.
여러분들이 여기에 없는 것들을 한번 말 해보세요.

그러면 언어의 소리가 빚는 음악성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 김영랑님의 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내 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 흐르네
돋쳐오르는 아침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있는 곳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면에 흐르는 강물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언어의 소리
그 자체에서도 느껴질 만큼 의미와 소리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입니다. 예를 들면 4행의 '도도네'는 '돗
우네'의 사투리이지만 같은 음운을 반복해서 사용함으로써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 같은 리듬 감각을 살려낸 것이라든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유성음(ㄴ,ㄹ,ㅁ,ㅇ)이 깔려서
밝고 맑은 시적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평자들이 말하고
있습다.

여기에서 잠시 쉬었다 가지요.

에서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더 많은 인형을 감상 하시려면 썰매 타는 소년을 클릭 하세요.


시원하게 등목 하세요~



잘 보셨습니까?

다시 강의에 들어가겠습니다.
이 언어의 음악성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시의
장치로 쓰는 이미지 중에 청각이미지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는 우리가 시를 통해 음향 등 모든 소리를 느끼는 것
을 말합니다. 시의 묘사에 있어서 청각적 이미지는 그 시를
생동감있게 또 역동적인 이미지로 전개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청각적 이미지는 언어의 음악성을 강조
하는 결과가 됨으로 여기 대표되는 시 몇 편을 옮겨 봄으로
서, 생동감 있는 시를 만드는 청각이미지를 살펴보는
한 편, 언어의 음악성이 시에 나타나는 모습을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허영자님의 입니다.

나무들이
울음을 삼키고 있다

돌들이
울음을 삼키고 있다

조그만 귀또리도
울음을 삼키고 있다

가을
어느 다 저녁 때

울고 싶은 나도
울음을 삼키고 있다.

이 시는 조용한 청각적 이미지의 한 전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4개의 연마다 마지막 시행을 '울음을 삼키고 있다'
고 동어반복을 함으로서 시끄럽게 우는 것보다 더욱
강하게 독자에게 아픔을 주는 청각적 이미지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드미칼한 반복으로 음악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유성음(ㄴ,ㄹ,ㅁ,ㅇ)이 반복 사용됨으로
언어가 부드러움을 갖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희덕님의 을 올립니다.
그냥 주변의 일상사를 담담하게 올린 것 같아도
그 행의 바꿈에 따라 운율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속으로 읽지 마시고 낮게 소리를 내어
그 운율을 최대한 살리면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들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 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젖은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 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경주대학교 손진은 교수의 이 참고가 되실까
하여 그 일부를 발췌하여 봅니다.

"현대시는 전통 율격으로부터 벗어나는 시들이 많다. W.H
파울러의 말처럼 '파도의 모양과 크기 속도만큼이나 무한히
다양한 흐름'이 리듬을 갖고 있다. 그만큼 현대시는 형태적
으로 매우 다양해지고 도 운율에 관한 감각과 이론이 발달
하여 단순하게 적용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대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말의 의미상 중요성이나 정서의 변화가
리듬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시인
들이 의미의 단위(단어, 어절, 문장 등), 음성단위(음운,
음절, 호흡), 음보, 어법 등을 일정한 틍에 맞추지 않고
개인의 창조성에 의해 변용시킨 리듬으로 창작을 하고 있는
데서 나타난 현상이다.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이 세상 즐펀한 노름판은 어데 있더냐
내가 깜박 취해 깨어나지 못할
그런 웃음판은 어떼 있더냐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내가 걸어온 길은 삶도 사랑도 자유도
고독한 쓸개들뿐이 아니었더냐고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믿음도 맹서도 저 길바닥에 잠시 뉘어놓고
이리 와바 이리 와바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흰 배때아리를 뒤채는 속잎새들이나 널어놓고
낯간지러운 서정시로 흥타령이나 읊으며
우리들처럼 어깨춤이나 추며 깨끼춤이나 추며
이 강산 좋은 한 철을 너는 무심히 지나갈 거냐고
미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

-송수권,

이 시는 '니루나무 끝 바람들이 그런다'라는 구절을
5회 반복하면서 반복을 통하여 의미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구절 사이의 행동은 첫 번째
구절(1행)과 두 번째 구절(5행)사이가 3행, 두번 째
구절과 세번 째 구절(8행) 사이, 세 번째 구절과 네 번
째 구절(11행)사이가 각각 2행, 네 번째 구절과 다섯
번째 구절(16행)사이가 4행이 되는 형태를 이루면서
단조로움을 피하고 바깥의 3행,4행이 안의 2행을 감
싸고 도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 이 구절들 앞에
놓인 행말의 어미도 "더나", "더냐고", "와봐", "거
냐고'의 변화를 주면서 시의 생기를 살리고 있는데
전달하려고 하는 내용을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이 시의
반복은 시의 시적 화자의 호흡 조절과 함께 시의 리듬에
기여하는 면으로 작용한다."

아무튼 복잡한 이론은 잊어버리시고요. 시에는 내재율
이란 것이 있어 음악성을 띄우고, 여러가지 형태가 변해도
시에는 그 음악성이 있어야한다는 것만 알아주시기 바랍
니다.
오늘도 장 시간 수업받느라고 수고 하셨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질문과 답변란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에 들어가면 복습의 의미도 있고
어려운 과제가 풀어져 있기도 합니다.
모두들 편히 쉬시고 그럼 내일 다시뵙지요.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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