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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18강-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4

시 창작 교실

by 백연심 2007. 4. 1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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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13일 강의내용

안녕하세요.
엊그제 월요일인 것 같더니 벌써 토요일입니다. 시간은 정말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쏜살 같이 달려만 갑니다.
한 시간 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지 모릅니다.
여러분들이 이 강의를 안 들었어도 20일은 똑같이 지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강의를 듣지 않은 분들의 20일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조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 강의가 끝날 때까지 계속하시면
여러분들은 분명히 무언가 조금은 알겠다 하는데가까지
가게 될 것입니다.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차를 한 잔씩 하려고 집에서 급히
커피를 들고 온다는 것이 그만 우동을 들고 왔네요.
이를 어쩌나, 늘 저는 이렇게 서두르다 실수를 종종 하네요.


아침 일찍 오셔서 출출하신 분들 퍼지기 전에 한 그릇씩
드십시오.
저희들은 강의에 들어갑니다.

5)언어의 문맥성

저는 언어의 문맥성이라고 하는 말에 대해서 이의가 있습니다만
아마, 문맥에 의해 달라지는 의미에 대해 적당한 분류어가
없었으리라 생각되어 그대로 따르기로 하겠습니다.

문맥이란 여러분이 잘 아는 그 뜻입니다. 산맥, 혈맥 등에
쓰이는 맥처럼 같은 용도로 쓰이는 말이지요. 사전에서는
"한 문장 안에 기술된 단어 ·구 ·문 사이에 성립하는 의미적 ·
논리적 관계."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시의 언어가 아니라도 일상의 언어도 문맥에 의하여 조금씩
다르게 쓰입니다.
예를 들면 "그 사람과 손을 끊다"라고 하면 교제, 사귐,관계,
친교 등의 의미로 쓰이지만, "더 많이 아프기 전에 손을 써라"
하는 경우는 조치나 방법, 처방 등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손"이 가장 기본이 되는 중심의 의미라고 한다면
문맥에 따라 파생되는 의미들은 주변적의미라고 할 수 있는
데요. 일상의 의미가 아닌 시의 문맥에 따라 발생하는 의미
들은 주변적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훨씬 더 자유롭고 넓게
시인의 주관적인 인식이나 통찰에 의해 새롭고 독창적인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여기서 이향아님의 를 읽어볼까요.

밤이 어둡다고 눈까지 감지는 말 일
부디 그러지 말 일
잠들지 못하면서 눕지는 말 일
억울해도 그냥 참고
죽지는 말 일

그럴수록 두 눈에 기름을 채워
등피 닦아 심지에 불을 당겨서
일어나서 앉을 일
일어나서 걸을 일

지금이 몇 시인가 궁금해 하지 말 일
새벽이건 오밤중이건 마찬가지다
구들장 밑으로는 지하수가 지나가고
지붕 위로는 별이 빛나서
어디선가 소리 죽여 흐느끼는 소리
죽지 않고 살아 있기
잘한 일이다

잠들지 말 일
불을 밝힐 일
제 그림자 밟고서 팔짱을 끼면
철학을 밭갈들이 걸을 일이다
삼백 리건 오천 리건 걸을 일이다

좋은 시이지요.
아무런 해설이 없어도 어렴풋이 여러분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해설을 붙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의도의
오류'가 일어날 염려가 있지만, 참고로 조태일님의 해설을
옮기니,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과 얼마나 다른 지 확인해
보시고요. 여러분의 생각이 같던지, 혹은 전혀 달라도
아무 잘 못이 아니고, 여러분의 독창적 해석도 아주 중요
하니 그렇게 아시기 바랍니다.

" 일상적으로 밤은 해가 진 뒤부터 날이 새기 전까지의 시
간적 의미를 나타낸다. 하지만 위 시에서 밤은 이런 시간의
의미를 포함하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운명
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절망,불행, 고통, 좌절, 고난, 불우,
참담, 슬픔, 비극 등의 온갖 인생 역경을 의미하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나 이러한 '밤'은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그 것을 어떻게 이겨내고
물리치느냐가 중요하다. 시인은 그 것을 불을 당기는 일
이라고 한다. 불은 어둠과 상반되는 것으로서 밤을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인 것이다. 그러므로 불은 희망이며, 꿈이며,
의지이고, 노력이고,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원동력
이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삶에 대한 열정인 것이다.
그러나 '밤'과 '불'이 환기시키는 여러 의미들은 결코
어휘의 단독으로는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즉 '밤'과 '불'
이라는 단어가 시의 문맥 속에 놓여 있을 때 앞에서 살펴
보았던 다양한 내포적 이미들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의 문맥성은 언어의 지시적 의미들을 함축적
의미들로 만듦으로써 시어로서의 특성과 구실을 지니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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