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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문학입문 10 - 소재의 선택

수필창작강의실

by 백연심 2007. 4. 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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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영尹五榮 (1907~1976)

수필문학입문 - 소재의 선택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우주의 진리에서부터 곤충의 생태에 이르기까지 인생문제, 사회문제, 생활과 학문이나 다 소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적 대가의 말이요, 보통으론 소재의 선택이 그 글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 소재는 이론적인 것, 학문적인 것, 관념적인 것을 피하고 생활의 실감에서 찾아야 한다. 강단수필, 교양수필, 문화수필, 계몽수필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것들이 작품이 되자면 독특하고 참신한 새로운 발견이 있거나 체험의 절규가 아니면 아니 된다. 이것은 차라리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옛날에 소동파蘇東坡는 박학일 뿐 아니라 불경이치佛經理致도 제법아는 대문장가다. 절에 가서 "시냇물 소리 바로 장광설인데, 산빛 어이 청정한 몸 아닐 것이랴溪聲便是長廣舌, 山色豈非淸淨身"라는 시를 써서, 득도得道한 글이라고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정말 고승 차암此菴은 이 글을 보고서 문외한이라고 껄껄 웃었다. 소동파가 아무리 불교를 잘 안들, 진짜 고승의 앞에야 웃음거리밖에 더 될 수 있으랴. 아무리 철학이나 도덕이나 종교나 문화를 떠들어 봐도, 혹은 서화골동書畵骨童의 아취雅趣를 풍겨 봐도 그 길에 높은 전문가의 눈에는 문외한이기가 십상팔구다. 오직 생활의 실감만이 참스러운 정서를 담을 수 있고 독자에게 절실한 공감을 줄 수 있다.

수필은 인생의 낙수란 말이 있다. 평범한 생활 속에 묻혀 있으면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면 참신한 수필이 될 수 있다. 소설이나 시에서 거두지 못한 것, 이것을 소재로 한다. 그러나 가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그러면서도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식도락가는 일류 요리집이나 고급요정의 음식을 자랑하지 않는다. 뒷골목, 남 모르는 초막의 진기한 음식이나 낯선 지방의 독특한 맛을 즐긴다. 봉지 쌀만 사 먹던 가난한 집 아이가, 쌀 한 말을 사왔다고 미곡상에 가 자랑을 하고, 모처럼 보석 반지 하나를 얻어 낀 여인이 금은상에 가서 번드겨 본들, 누가 거들떠볼 것인가, 그러나 내버린 북데기 속에서 한 되 쌀을 건지고, 마당 쓸다가 한 알 보석을 줍는다면, 온 집안 식구가 떠들썩할 것이다. 시로 노래하고, 소설로 이야기하고, 흘리고간 인생의 낙수落穗, 그러나 백옥 같은 한 줌의 쌀, 고귀한 한 알의 보석, 내가 발견하고 내가 거두어 두지 아니하면 건져 줄 이 없는 가치, 버릴 수 없는 인생의 향기, 수필의 소재는 여기 있다. 될 수 있으면 이런 소재를 발견하고, 이런 소재를 찾으면 이미 반은 성공이다.




수필문학입문 中...

 

 

 

출처 : - ☆ 시인의 향기 ☆- http://club.iloveschool.co.kr/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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