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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별 / 안성호

시 창작 자료방

by 백연심 2006. 11. 2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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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안성호


가로등 밑,
옷걸이에 걸린 노란 우의처럼 고개 숙인 그녀

벤치를 지나는 누군가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

흩어지는 발자국마다
이내 비가 몰려든다
하굣길 여중생들이 주전부리하듯 빗물이 길 위로 몰려다니고
고인 빗물 속에 가로등 불빛은
파문을 일으키며 구겨졌다
펴졌다

나는 오랫동안
먹다 남은 두부처럼 천천히 상해 갔다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그 사이로 구불구불 비가 흘렀다



* 위 시는 『문장웹진 2006년 9월호』에서 골랐습니다.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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