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찬찬히 읽어봤는데
정말 좋은 글이었어요.
작가는 스스로 큰다.
정말 내가 들은 말중 가장 멋진 말이네요.
그래서 세상 누굴 만나도 당당해야하는 거지요.
이하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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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에 당당하고 세상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라
김수현(62)씨는 이 시대 최고의 드라마 작가다. 썼다 하면 최고의 시청률을 보증했다. 또한 독설가이기도 하다. 자기 작품을 기자가 비판하면 새로 쓰는 드라마의 하찮은 배역에 그 기자 이름을 붙여 조롱거리로 만들곤 했다.
그녀가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거침없고 직설적 화법을 사용하며 드라마 작가로 성공하는 비결에 대해 강의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 주최의 「TV 드라마 공개 특강」에서다. 드라마 작가는 우리 시대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다. 3월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특강에는 50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작가 김수현씨가 말하는 성공 비결이다.
1. 인간에 대한 연민과 관심을 가져라
드라마는 인간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은 드라마 작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머리는 이성적, 논리적이며, 가슴은 감성적이며 따뜻해야 하고, 배는 두둑해야 하는 것이 작가의 기본 자질이다.
2. 자신의 작품에 당당하라
「부모님 전상서」는 나 김수현이었기에 가능했던 작품이다. 만약 다른 작가가 이런 촌스런 제목의 홈드라마 시놉시스를 내밀었다면 방송사에서는 거절했을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열심히 일해 온 대가라고 생각한다. 세간에서는 내가 연출가의 재량까지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타협이 가능한 것은 감독과 충분히 의논하고, 토론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양보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존심을 내놓고 거래하지 않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
3. 인생의 리얼리티를 담아라
신세대 젊은 작가들에게서 어떤 점을 배우고 싶냐고 묻는데, 나는 요즘 작가들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전혀 없다. 오히려 배울까봐 무서운 쪽이다. 젊은 작가들의 드라마에는 품격이 없다. 드라마는 시청자가 힘들지 않고, 기분 나쁘지 않고, 편안한 기분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작가들의 드라마는 가슴이 없이 머리로만 쉽게 썼다는 생각이 든다. 소재도 천편일률적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잘 생기고 몸까지 좋은 재벌 2세는 절대 없다. 등장인물들 간의 반복되는 우연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인생 이야기다.
4. 세상사 모두를 소재로 삼아라
『소재를 어디서 구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드라마 소재 때문에 특별히 고민해 본적은 없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드라마 소재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쓰기 위해 따로 취재도 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직업적 특성과 상황에 맞는 설정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따로 취재해 주는 사람이 있지만 그것은 극의 정확성을 위한 취재이지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것은 아니다.
5. 세상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라
『김수현 드라마는 말이 독하다』 『어느 작품이나 항상 똑같은 말투를 쓴다』 『주인공들이 싸가지 없다』 등등의 악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세상의 평가에 무관심한 편이고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내 드라마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없는, 나이 어린 기자들의 비평을 위한 비평에는 감정이 상한다.
6. 세끼 밥 먹듯 책을 읽어라
책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다. 책 속에는 다양한 인간들의 성격과 무수한 인생들이 나온다. 책을 통해 얻은 느낌과 교감을 잘 잡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사람에 대한 연구가 된다고 본다. 고전을 많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고전에서 시작해 현대로 옮겨오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중국 작가 왕멍의 「나는 학생이다」는 책을 읽었다. 인생은 배움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배움을 얻기 위해 사람은 평생 학생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작가에게 책을 통해 얻는 간접경험은 직접 체험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7.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라
「부모님 전상서」 첫 리딩 연습 때 연기자들에게 『이 작품은 시청률이 안 나온다. 앞으로 시청률이란 세 글자를 잊어라. 하지만 여러분 중 누구도 이 작품을 함께 한 것이 창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해 달라』고 부탁했다.
요즘은 시청률이 드라마의 종영과 연장을 결정짓는 상황이지만 나는 시청률에 초연한 편이다. 시청률을 의식해 이야기를 만들지도 않고,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기가 죽지도 않는다. 시청률에 관한 책임은 작가가 아닌 방송사의 몫이라고 생각해서다. 시청률에 연연해 작품을 망친다면 진정한 의미의 작가라고 할 수 없다.
8. 작가는 키워지지 않으므로 스스로 커라
조금 더 지난 후 좋은 드라마를 쓸 품성과 자질을 갖춘 사람 딱 세 명만 골라서 내가 가진 모두를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럴 시간과 계획이 만들어 질 것 같지 않다. 나는 후배 양성에 뜻이 없다. 드라마 작가는 양성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재능과 성실함, 노력으로 성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