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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저녁 강에서 / 김해화

예쁜 시

by 백연심 2006. 9. 1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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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강에서 / 김해화


앞길이 캄캄한 노동판에서
두 눈에 불을 켜고
열두 시간
땀에 절은 노동을 끝마친 뒤
작업복 주머니에 소주 한 병을 찔러 넣고
투망을 멘 친구와 저물어 가는 강으로 간다.

피래미 몇마리
모래무지, 왕등어, 은어 몇마리들
국민학교 적 짝이었던 가시내의 이름이 걸려 올라오고
공사판 흙먼지 속에서 찌들어 버린 꿈
티없이 맑았던 어릴 적 그 꿈이 걸려 올라오고
몇 날 몇 밤을
죽음 같은 취기 속으로 가라앉아 캄캄하게 헤매이던
쓰라린 이별의 추억이 걸려 올라오고

감당할 수 없이 무거운 투망을 걷어 두고
아직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자갈밭에 앉아
우리들 가난한 술잔을 나눈다.
피래미를 씹으며
모래무지, 은어들의 퍼득이는 삶
퍼득이는 꿈과 사랑과 이별의 추억을 씹으며
쓰디쓴 노동의 삶을 마신다.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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