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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도종환

예쁜 시

by 백연심 2018. 10. 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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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도종환


      꽃들은 향기 하나로 먼 곳까지 사랑을 전하고
      새들은 아름다운 소리 지어 하늘 건너 사랑을 알리는데
      제 사랑은 줄이 끊긴 악기처럼 소리가 없습니다

      나무는 근처의 새들을 제 몸 속에 살게 하고
      숲은 그 그늘에 어둠이 무서운 짐승들을 살게 하는데
      제 마음은 폐가처럼 아무도 와서 살지 않았습니다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늘 한복판으로 달아오르며 가는 태양처럼
      한번 사랑하고 난 뒤
      서쪽 산으로 조용히 걸어가는 노을처럼
      사랑할 줄을 몰랐습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면서 얼지 않아
      골짝의 언 것들을 녹이며 가는 물살처럼
      사랑도 그렇게 작은 물소리로 쉬지 않고 흐르며 사는 일인데
      제 사랑은 오랜 날 녹지 않은 채 어둔 숲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마음이 닮아 얼굴이 따라 닮는 오래 묵은 벗처럼
      그렇게 살며 늙어가는 일인데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도종환의 시『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中에서

       



출처 : 그대가 머문자리
글쓴이 : 푸른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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