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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랑 / 김상미

해설이 있는 시

by 백연심 2008. 1. 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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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김상미 
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 여름호로 데뷔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산문집으로 1998년 청소년 권장도서: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   
2003년 <오렌지>외 4편으로 <박인환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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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사랑은 본질적으로 하나이다. 
식물이 태양을 향하듯 한 사람을 향한
向日性이야말로 진실한 사랑의 특성이자, 변함없는 진리이다.
그가 있는 곳을 향하여 몸과 마음이 젖혀지고
한껏 기운 내 목에서, 몸에서, 심장에서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난다. 
그 꽃들의 향기는 온 세상으로, 우주로 퍼져나간다. 
위대한 사랑의 힘이다. 
내 몸에 들어찬 사랑의 길들이 나를
끌고 산이며, 들이며, 환희의 바다로 이끈다.
그 길을 올바로 닦고 깨끗하게 가꾸는 것이야말로
또한 사랑을 유지시키는 힘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길,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왜, 내가 꽃이 되어 오래도록 너를 바라보지 않겠는가. [양현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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