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김수영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 ===================================== [감상] 십 수년전에 쓰여진 김수영의 절망이 여전히 우리를 절망케 합니다. 모두가 저 잘 났다고 큰 소리 치는 세상, 목소리 큰 사람이 정의가 되고, 힘 센 사람의 논리가 그대로 진리가 되는 세상에서 참다운 자기 반성이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지요 희망은 자기 반성에서 오고, 구원은 희망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제, 반성없음을 오래 절망할 시간입니다. [양현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