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가리 / 윤임수 (1966~)
가을일 모두 끝나고
서릿바람 검실거리는 들판에
낮게 허리 엮은
짚가리마저 없다면
세상 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아직 수줍은 살얼음은
그 여린 등을 어디에 기댈것이며
팔십 평생 땅 한 평 갖지 못한
우리 아버지 그 질긴 눈물은
또 어디에 훠이훠이 뿌려댈 것이냐
[해설]
추수 끝난 들판의 짚가리를 단순히 짚단을 쌓아올린
더미로만 보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그것은 살얼음이
여린 등을 기대는 가난한 마음의 터전이 된다. 세상
사물들이 서로 친밀해지는 울림과 공명의 관계로 다
가오며, 팔십 평생 땅 한 평 갖지 못한 아버지의 한
많은 생애를 함께 우는 다정한 이웃이 된다. 더 없이
작고 하찮은 것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정신으로 승화
하며 무한한 성스러움을 선물한다.-시인 임동확
-광주잂보. 2006.11.16-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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