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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최갑수

예쁜 시

by 백연심 2004. 9. 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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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아주 짧았던 순간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된 적이 있다

봄날이었다, 나는
창 밖을 지나는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개나리 곷망울들이
햇빛 속으로 막 터져나오려 할 때였던가

햇빛들이 개나리 꽃망울들을 들쑤셔
같이 놀자고, 차나 한잔 하자고

그 짧았떤 순간동안 나는 그만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서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 여자를 사랑해왔던 것처럼
햇빛이 개나리 여린 꽃망울을 살짝 뒤집어

개나리의 노란 속살을 엿보려는 순간,
그 여자를 그만 사랑하게 되어서

그 후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몇 명의 여자들이 계절처럼 내 곁에 머물다 갔지만

아직까지 나는 그 여자를 못잊어
개나리 꽃이 피어나던 그 무렵을 나는 못잊어

그 봄날 그 순간처럼
오랫동안 창 밖을 내다보곤 하는 것인데

개나리 꽃이 피어도
그 여자는 지나가지 않는다

개나리 꽃이 다 떨어져도
내 흐린 창가에는 봄이 올 줄 모른다




전하는 말씀 :
최갑수 시인은1973년 경남 김해 출생,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97년 '문학동네' 하계문예공모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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