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시
[슬픈사랑시]함몰하는 저녁에 / 신현림
백연심
2007. 4. 1. 23:24
-함몰하는 저녁에/신현림- 갑자기 우리는 미친 듯이 어설프게, 부끄럼도 없이 고민에 빠져서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나보코프의 이 말을 나는 좋아한다 폐선처럼 흔들려도 너를 좋아한다 피묻은 가운을 걸친 채 작업장에서 돌아와 너는 나를 원한다 날아가버린 새들을 부르면서 저녁 창가에서 그래, 서로에게 흘러가는 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인 듯이 미친 듯이 서로의 몸 속에 긴 굴을 파는 거다 밖은 언제나 싸늘한 수술실이다 세월의 침대 위에서 너와 나는 무용한 메스였고 세상의 불길한 짐인지도 모른다 너를 거절한 희망이 내 목을 조른다 세상은 우리를 초대 안했는지도 모른다 괴롭지만 내일 또한 밖을 향해 기어가기 위하여 나의 억압 너의 제복을 찢고 저 차가운 노을 끄고 너는 온몸 밀고 달린다 눈물의 앰뷸런스가 달린다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밀실로 너와 내가 죽어 처참히 살아나는 쓸쓸한 묘혈 속을 달린다 |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cafe.daum.net/poet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