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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이렇게 쓴다! ---[신달자]

백연심 2007. 4. 1. 20:07

나의 시 이렇게 쓴다! --- [신달자] 비어 있는 곳의 가득함

 

[신달자] 비어 있는 곳의 가득함


빈 공간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혹은 그것이 가능한지 잘 모른다. 그러나 텅 비어있는 단순한 공간을 통해 사람의 흔적을 찾아가는 일은 시의 어떤 새로운 방법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 사람의 아주 작은 무늬까지 표현할 수 있거나, 보이지 않는 틈 사이의 사유까지 불러낼 수 있다면 지금까지 너무나 나 자신의 삶에 밀착된 소재에 엉겨붙어 나 자신의 내면에 집착한 시들에 비해 좀 여유가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랬었다. 자신의 등뼈같이 자리잡은 상처들을 향해 머리를 휘저어내어 더는 피곤한 싸움은 이젠 작별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시들을 보면 그 시에 애정이 가면 갈수록 글의 소재들이 큰 몸짓으로 클로즈업되어 있는 것을 본다.

좀 멀리서 바라보고 싶다. 그래서 아주 작게 내가 바라보는 앵글 속에 모든 소재를 축소시켜 오히려 멀어 그리움을 갖는 시를 쓰고 싶다.

낮은 목소리와 조용한 몸짓으로 그러나 사물이나 사람은 더 옹골차게 바라볼 수 있다면 시적 상상력의 힘은 커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헉헉대는 숨소리도 삭이고 피해의식의 원망 같은 인간적 감정을 가능한 달래서 몸 밖으로 내보내고 싶다.

비어 있지만 가득찬 멀리 있지만 내 안에 있는 새로운 존재성의 기법이 지금 생각하는 새로운 시의 모습이지만 자칫 너무 싱겁거나 이 사람 저 사람 손대는 어떤 도(道)의 느낌이 나면 그것은 내가 지향하는 방향은 아니다.

역시 사람냄새가 나 삶의 현장이 감지되는 시가 나는 좋다. 읽으면 물컹거리는 것이 온몸에 느껴지는 시를 좋아했지만 그렇게 즉흥적으로 다가오는 시가 아니라도 서서히 바닥에서부터 느낌이 달아오르는 그런 맑고 깊은 시가 지금은 그립다.

그러기 위해서 문을 열고 다시 문을 열고 나아가는 길의 모색이 필요할 것 같다. 사람의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자연 속으로 비어있으나 수시로 변하는 장소들을 멀리 바라보는 일은 역설적으로 그들을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