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이렇게 쓴다! ---[문정희]
내가 쓰고 싶은 시(웹진 포엠토피아)
- 문정희
세상의 시간이 2000년으로 넘어가고 있을 때 나는 고려와 조선을 떠올리고 있었다. 기생이라는 특수 신분과 성의 영역에 갇혀 그녀들이 남긴 빼어난 시작품마저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조선의 여성시인들을 우리의 고전문학 속의 소중한 시인으로 인양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작업을 하는 동안 결국은 누구보다도 먼저 나 자신이 왜곡된 시간의 바위를 뚫고
나와 푸른 창공으로 인양되고 있음을 보았다. 최근 초고속 정보화 시대가 열리면서 툭하면 제기되었던 활자매체로서의 문학의 존립 여부나 시의 존재 의미에 대한 의구심도 깡그리 사라졌다. 결국 마음껏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일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 동안 나는 시를 쓸 때 그 내용과 형식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이 고민했었다. 어떤 명분으로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을 서둘러 발표하는 것을 경계했었다. 물론 자유시를 제일 많이 썼지만 [아우내의 새]를 통하여 자유혼을 그리고 싶을 때는 가차없이 장시를 택했고, [도미]나 [나비의탄생] 등 설화를 통한 주제의 형상화에는 시극도 시도했었다. 대전엑스포 개막식 공연을 위한 주제의 형상화에는 시극도 시도했었다. 대전엑스포 개막식 공연을 위한 [구운몽]을 쓰며 창극에 대한 공부도 했었다. 내용면에서는 인간의 슬픔과 억제당한 자유와 침묵 그리고 페미니즘과 에코페미니즘, 최근에는 문명비평적인 작품도 몇 편 썼었다. 앞으로 쓰고 싶은 작품이 많지만 어떤 작품이 태어날 것인지 나도 궁금해 죽겠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모습을 말할 수 없듯이 지금 심정이 그렇다. 다만 지금까지 쓰던 것과는 다른 주제와 형태를 쓰고 싶을 뿐이다. 바꾸고 변하고 왕창 멋지고 싶다.
고백하자면 최근에 나는 한밤중에 혼자 펄펄 뛰고 좋아하는 일이 가끔 있다. 곤히 잠든 사람들을 모두 깨워 '나 득음했다'고 큰소리로 소리치고 싶은 것 말이다. 성급하게 우려해보았던 문학의 위기는 아마도 문학의 호기일지 모른다. 거품과 가짜와 미숙이 판치는 세상이니 진짜란 더욱 돋보이고 귀중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