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창작강의실

수필문학입문 1 - 서설

백연심 2007. 4. 1. 00:07

윤오영(尹五榮, 1907-1976)수필가.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한 수필을 창작했고, 정교한 문장으로 사물을 고전적 세계와 접목시켰다.

호는 치옹痴翁, 동매실주인桐梅室主人

  • 수필가. 서울생. 보성교보 교직생활
  • 1959년 [현대문학]에 수필 <측상락> 발표 후 다수 창작
  •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수필의 창작과 이론 전개에 힘을 씀. 정교한 문장으로 사물을 고전적 세계와 접목
  • 수필집 : [고독의 반추](1974) 등
  • 작품 : <방망이 깎던 노인>, <달밤>, <양잠설>, <마고자> 등

 


수필문학입문 - 서설




훌륭한 수필을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 방법을 물으러 오는 젊은 학도들이 있었다. 그런 묘방이 있으면 내가 먼저 써 볼 노릇이지만 그것을 몰라서 나도 수필을 못 쓰지 않느냐고 웃었더니 선생은 수필가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것은 잡지사가 임의로 지어 준 명칭이니 그 진의는 달리 소개할 만한 직함이 없다는 뜻이 아닐까. 나를 수필가로 아는 이는 더러 있어도, 내가 실업가인 것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것은 그것은 한번밖에 소개된 일이 없으니까. 오래 전에 긴 글을 한 편 써 낸 적이 있었다. - 긴 것은 수필이라 하지 않고 수상이라 하는 모양인데 수상가隨想家란 말은 없는 모양이어서 - 전화로 필자의 직업을 물어 왔다. 대마침 나는 실직중失職中이라 "실업자失業者가 무슨 직업이 있겠소" 했더니 "네, 알았습니다" 하더니, 뒤에 보니 당당히 실업가實業家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하하. 내 글을 애독한다니 고맙기는 하나, 내 글 따위를 표준으로 하려거든 아예 붓을 들지 말라. 나는 이미 늙었지만 당신은 젊었으니 제대로 공부를 해서 후세에 남을 만한 작품을 써 보라고 격려하며, 그 뜻을 저버릴 수 없어 내대로 장광설長廣舌을 늘어놓았다. 이제 그것을 다시 적어내는 것은 같은 초심자에게 혹 도움이 될까 함이요, 사계斯界의 대방가大方家의 시간을 할애받고자 함은 아니다.

그들은 이미 수필에 대한 많은 선배들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수필을 쓰자면 먼저 품위있는 인격과 교양을 쌓아 올바른 인생관과 수필적인 경지를 쌓으라고. 그러나 이것은 하필 수필가에 한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닦아야 할 일생의 수업이다. 통찰과 달관과 예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든가, 붓 가는 대로 누에가 살을 뽑듯 써 나가라고 한다. 그러나 붓을 가기는커녕 좀체로 말을 듣지 않고 차라리 누에라면 뽕이라도 잔뜩 먹어본다지만, 그도 못하는 인간이 어떻게 해야 실을 뽑을 것인가. 유머와 위트가 있어야 한다지만 유머와 위트가 까닭 없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잘 되면 문학잉, 못되면 잡문이라면 어떻게 해야 잡문이 아니 되고 문학이 되는 것인가. 더욱이 박학이어야 하고 인생 체험의 축적이 풍부해야 한다니, 젊은 청년으로서는 애당초에 단념하고 인생의 낙조를 바라보는 노경老境을 기다려야 할 것인가.

그러나 세간에 저명하다는 수필, 대가가 추천하고 널리 선전된 수필을 읽어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무엇인가 쉬운 방법은 없을가 해서 내게 그것을 묻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듣고 싶은 말에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수필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 잇는 이론이요, 또 하나는 문장강화文章講話 같은 수필 작법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두 가지에 대하여 한 가지도 답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효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학의 이론을 듣고 화필이 들어지는 것이 아니요, 화성학의 이론으로 곧 음악이 연주되는 것이 아니요, 문법이나 국어학을 했다고 문자잉 써지는 것이 아니요, 국문학자가 작가나 문장가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수필의 이론과 수필을 쓰는 것과는 별도의 학문인 것을 알 것이다. 또 강화나 작법을 읽고 훌륭한 문장가가 된 예는 동서고금에 없다. 서식과 예문으로 실효를 거두는 것은 오직 대서방代書房에서 사용하는 서식대전書式大全이 잇을 뿐이다. 그러면 수필은 영영 자연에 맡겨둘 수밖에, 공부할 방도는 없는가. 그렇지 않다. 방법은 가장 정확하고 또 간단하다. 다만 사람이 실천하지 아니할 뿐이다. 희세稀世의 대작은 타고난 천재라야 한다. 그러나 천재란 백년에 하나 억만 인에 하나다. 그 밖에는 어느 정도의 소질만 있으면 노력의 여하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소질을 어떻게 아나. 수필을 사랑하고 수필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면 그 소질은 이미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방법이란 무엇인가. 독서와 습작이다. 반드시 이 과정을 먼저 밟아야 한다. 그 결과는 이 과정에 있어서의 노력의 많고 적은 데 정비례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 두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독서와 습작은 병행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독서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수필문학입문] 中에서...

 

 

 

 

 

출처 : - ☆ 시인의 향기 ☆- http://club.iloveschool.co.kr/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