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시

부부

백연심 2004. 8. 20. 01:34

부부(夫婦)

                강 계 순

돌아서서
한번 손을 흔들면
생소한 이웃이 되고
말 인연을 짊어지고
집요하게
숨어드는
한 칸의 작은 우리.

검은
머리채로
너의 가슴을 덮고
피가 뿜어지는 얘기를 듣는
밤엔
외면하고 싶은
생활도 잠시
어둠에 숨는다.

태고에 점지(點指)하여
외로움을
저당하고 얻은
또 하나의 외로움.
애증(愛憎)을 다투면서
가난하게 기대인 약속의 방에
덧없는 꽃이라도
놓아보는
마음이여.


흐르는 음악은 [S.E.N.S/사람과 시간과 바람 가운데에]입니다

* 강계순 *1937년 경남 김해 출생 성균관대 불문과 졸업 59년 『사상계』로 등단. 시집 『흔들리는 겨울』 『쓸쓸한 땅에서 그대와 함께』 『동반』 『천상의 활』 『익명의 편지』 『짧은 광채』 『빈 꿈 하나』 『동반』 『지상의 사나흘』 등. 에세이 <아! 박인환>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월탄문학상 수상. 시인 작품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