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구의 시작법 연재 21 -섬
박석구 시작법 연재21
2001-07-24 제21강
왜, 그랬을까요? 외로움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 떠돈다는 느낌이 든 것이겠지요. 이 느낌은 당신 가슴속에 남아 오래 동안 몸살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언뜻 한 구절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홀로 앉아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는 섬이 됩니다.' 이 말은 당신 가슴속에 똬리를 틀고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섬이라면 나는 어떤 섬일까?' 이렇게 질문과 답을 이어 생각한 것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홀로 앉아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는 섬이 됩니다. 수많은 파도에 밀리면서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섬이 됩니다. 날개가 부러진 새처럼 무작정 그대로 주저앉은 섬이 됩니다. 그래서 끝이 없는 바다 속에 몸을 풍덩 던지고 싶은 섬이 됩니다.' 떠오른 한 구절의 시구를 바탕으로 하여 질문을 통해 줄거리를 엮어 본 것입니다. 줄거리를 엮을 때에도 퇴고를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인식내용 정리가 잘 되고, 구성하기가 잘 됩니다. <인식내용 정리> ①홀로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섬이 됩니다. ②수많은 파도에 밀리면서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섬이 됩니다. ③날개 부러진 새처럼 무작정 그대로 주저앉은 섬이 됩니다. ④끝이 없이 깊은 바다 속에 몸을 던지고 싶은 섬이 됩니다. ①은 주제문, 나머지 ②, ③, ④는 주제문에 대한 보충 설명으로 이어진 진술이 되었습니다. 이런 형식은 우리들의 언어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는 것입니다. 홀로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수많은 파도에 밀리면서도 날개 부러진 새처럼 끝이 없이 깊은 바다 속에 <형상화, 퇴고> 1연 홀로 앉아 바다를 보고 있으면 1행과 2행이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지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어를 첨가하거나 생략하자고 했습니다. 2행에 시어를 첨가해야겠지요? 어떤 말을 첨가할까요? 그러려면 1연의 전체 내용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럼 살펴봅시다. 홀로 앉아 바다를 보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섬이 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자기도 모르는 순간'을 나타내는 시어 '어느 사이'를 덧붙이면 어떨까요? 홀로 앉아 바다를 보고 있으면 2연 수많은 파도에 밀리면서도 1행을 반복법을 사용하여 '파도에 밀려 밀리어서'로 바꾸어서 생동감을 줄 수 있겠지요? 파도에 밀려 밀리어서 2행의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섬이 됩니다.'는 '마음은 이미 떠났지만 몸은 떠나지 못한 섬이 됩니다.'로 이해할 수 있지요? 이것을 역설법을 사용하여 '떠나도 못 떠나는 섬이 됩니다.'로 압축하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떠난 것은 마음, 떠나지 못한 것은 몸이겠지요? 역설법은 내용이 논리적으로는 모순이 되지만 그 내면에는 보다 더 절실한 의미를 담는 표현기교입니다. 표현 기교는 의도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시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도에 밀려 밀리어서 날개 부러진 새처럼 1행의 '새'는 어떤 새입니까? '철새'. 정리하면, '날개 부러진 철새처럼'. 더 구체화하여 새의 이름을 시어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당신이 결정해야 합니다. 지나친 구체화는 시어의 함축성을 약화시키는 경우도 있으니까. 여기에서는 더 이상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날개 부러진 철새처럼 날개 부러진 철새처럼 4연 끝이 없이 깊은 바다 속에 1행에서 '끝이 없이'와 '깊은'은 결국엔 같은 의미이므로 '깊은'을 생략하여 '끝이 없는 바다 속으로'로 바꿔도 좋겠지요? 2행의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섬이니까, '몸을 던지고 싶은 섬이 됩니다.'를 '침몰하고 싶은 섬이 됩니다.'로 바꿀 수 있겠지요? 끝이 없는 바다 속으로 하나로 모아 봅시다. 홀로 앉아 바다를 보고 있으면 파도에 밀려 밀리어서 날개 부러진 철새처럼 끝이 없는 바다 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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