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실

박석구의 시작법 연재 18 -길을 걷다가

백연심 2006. 11. 20. 13:52

 

박석구 시작법 연재18
 

'자, 떠납시다, 시의 여행을''

2001-07-16  제18강

  
 * 길을 걷다가

<대상인식>
 술에 취해 길가에 누워 자는 사람을 봤습니다. 문득 어느 스님의 '모든 중생은 깨닫지 못한 부처'란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의 의문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저 사람이 부처라면 지금 꿈속에서 무엇을 할까?'
 '극락 세계 여행을 하겠지.'

 그렇다면 그분의 잠을 깨우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당신은 그분이 들리지 않게 속삭였습니다.

 '그대로 극락세계 여행을 하십시오. 잠이 깨어 다시 중생이 되면 괴로우실 테니까.'
 
 우연히 길가에 술에 취해 자는 사람을 보고 상상해 본 것입니다. 이 상상의 바탕은 경험이고 열쇠는 질문입니다.  
   
<인식내용 정리>

 ① 부처님이 술에 취해 길가에서 자고 있다.
 ② 그래서 그대로 극락 세계 여행을 하라고 했다.
 ③ 잠이 깨면 다시 중생이 되어 괴로울 테니까.
  
<구성>
 ①은 1연, ②는 2연, ③은 3연으로 구성해 봅시다.

 술에 취해 길가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 부처님

 그대로 극락세계를
 여행하십시오.

 잠을 깨어 중생 되면
 괴로우실 테니까.

 권유적 진술 형식으로 시의 틀이 짜였습니다.  

<형상화, 퇴고>

 1연

 술에 취해 길가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 부처님
   
 술에 취해 자는 것을 '술잠'으로 압축하여 보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문장 성분의 순서가 바뀌겠지요? '술잠'은 새로 만들어 본 낱말입니다. 때에 따라서 시인은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야 합니다.

 길가에 드러누운
 술잠 자는 부처님

 2연

 그대로 극락세계를
 여행하십시오.

 말투만 바꾸면 되겠지요? 부처님에게 말씀을 올리는 말투. 기원조의 말이 좋겠지요?

 그대로 극락 세계
 여행을 하소서.

 3연

 잠 깨어 중생 되면
 괴로우실 테니까.

 어딘지 어색하지요? '중생'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생''사람'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중요한 것을 어감입니다. 시어가 시 속에서 어우러지는 느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시어 고르기입니다.

 잠 깨어 사람 되면
 괴로우실 테니까.

 모아 봅시다.

 길가에 드러누운
 술잠 자는 부처님

 그대로 극락세계
 여행을 하소서.

 잠 깨어 사람되면
 괴로우실 테니까.

 무엇인가 생각해 볼만한 시가 아닙니까? 술에 취해 정신을 잃어 본 사람들에게 웃음을 머금게 하는 시. 그러면서도 아픔이 가슴에 스미는 시가 되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빛과 그림자가 뒤엉킨 곳이 아닐까요?

 

 sukgu@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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