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구 시작법 연재 9
박석구 시작법 연재9
2001-07-3 제9강 지금부터 당신은 무엇입니까? 여기까지가 인식하기. 다음은 정리하기. 내가 뿌린 씨앗이 싹을 틔었습니다. 지금부터 나는 농부입니다. 이제야 나는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다듬어 봅시다. 내가 뿌린 씨앗이 이제야 고향에 표현방법은 즐거운 마음을 드러낸 독백적 진술, 표현기교는 영탄법입니다. 영탄법은 감정을 강조하기 위하여 '아, 오' 등의 감탄사와 '∼이여, ∼이시어' 등 감탄 조사, '∼구나' 등의 감탄형 어미를 사용하는 강조법입니다. 대답이 없으면, 한 번 더 불러 봅시다. 왠지 부끄러워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불러 보십시오. 그러면 산수유나무도 가슴을 열고 다가올 것입니다. 산수유나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속삭여 보십시오. 무슨 말을 하였습니까? 무슨 말을 했기에 산수유나무가 저렇게 웃고 있습니까? 아니, 산수유나무가 뭐라고 했기에 당신은 그렇게 웃고 있습니다. 그 말을 옮겨 놓으면, 짧지만 아름다운 시가 될 것입니다. 아, 저기 저쪽 하늘을 보십시오. 새들이 날고 있지요?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 봅시다. 새들이 몰려와 울면 어떻게 될까요? 당신과 산수유나무의 웃음을 흠뻑 적셔 엉망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산수유나무와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의문의 꼬리를 자꾸 이어가면 멋진 시의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산수유나무에게 물어 보십시오. 새들이 날아와 울기 전에. 산수유나무가 뭐라고 합니까? 아니, 당신이 산수유나무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습니까? 생각이 났으면, 그대로 옮겨 보십시오. 우리 어서 웃어 버리자. 새들이 날아와 울긴 전에 소리 내지 말고 어서 웃어 버리자. 됐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다듬으면 시가 됩니다. 웃어 버리자. 뭔가 허전하지요? 그럼, 낭송해 보십시오. 시는 낭송해야 제 맛이 납니다. 흥이 나지 않지요? 1행의 '웃어 버리자'를 반복하면 어떨까요? 반복법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어구를 반복하여 그 의미를 강조하고, 동시에 리듬을 살리는 표현 기교입니다. 리듬을 살린다는 것은 흥을 돋구는 것. 웃어 버리자.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당신과 산수유나무의 비밀을 엿들은 나도 함께 웃어도 되겠지요? 표현기교는 의인법, 표현방법은 권유적 진술. 어느 날이었던가 당신이 걸었던 산 속의 초여름을 떠올려 놓고 그림 속의 꿩을 그 곳으로 날려보냅시다. 그러면 그 날의 꿩의 울음소리가 들려 올 것입니다. 앞산에서 꿩이 꿩 울면, 마치 메아리처럼 뒷산에서도 꿩이 꿩꿩 울던 아름다운 풍경 하나, 가슴 가득히 그려지지요? 당신은 그 산 속을 평화로운 마음으로 걸었지요? 그 모습을 정리하여 옮겨 봅시다. 상상은 이처럼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런데 상상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경험이 쌓여 발효가 되면,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말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해 봅시다. 앞산에 꿩이 꿩꿩 울면, 뒷산에서도 꿩이 꿩꿩 운다. 그래서 산골은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앞산에서 꿩이 꿩꿩 울면 모든 것은 일시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쓰고, 지우고, 바꾸고, 다시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시를 다듬는 솜씨가 생기게 됩니다. 서두르지 마십시오. 말처럼 숨차게 달리지 말고, 소처럼 되새기며 뚜벅뚜벅 걸어가십시오. 그 안에 한가로움이 있고, 한가로움 속에 자유와 사색이 있고, 그 자유와 사색 속에 시가 있습니다. '꿩꿩'은 꿩의 울음을 흉내낸 의성어입니다. 이것을 의성법이라고 합니다. 의성법은 표현하려는 대상의 소리, 동작, 상태, 의미 등을 음성으로 흉내내는 비유입니다. 표현방법은 서경적 묘사와 해석적 진술이 알맞게 어우러졌지요? 이젠 당신이 그 사람이 되어 당신의 마음을 털어놓아 보십시오.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봄을 생각하였습니다. 다듬어 봅시다. 낙엽이 지네 지난 봄을 생각하면서 낙엽을 주워 그 위에 그리운 사람의 이름 쓰십시오. 그 아래 당신의 이름도 쓰십시오. 그것을 바람에 날려보내십시오. 그리고 낙엽을 태우듯 또 하나의 담배를 피워 물으십시오.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표현기교는 도치법, 표현방법은 서사적 묘사. * 나 가능하다면, 알몸으로 서서 당신을 생각해 보십시오. 잘 보이지 않으면 당신의 눈이 아니라 친구의 눈을 빌려서 가슴 깊은 곳까지 살펴보십시오. 어떻습니까? 친구들과 당신은 같습니까? 다릅니까? 다르다면 다른 점을 하나씩 지워 보십시오. 마지막에 남는 것이 무엇입니까? 같은 점이겠지요? 그 같은 점을 정리해 봅시다. 밥 먹고, 술 마시고, 잠자고, 오줌 싸고, 똥 싸고, 늙어 죽는다는 것. 다시 한 번 물어 봅시다. 앞에서 나열한 것들 중에서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말들을 골라 정리해 봅시다. ① 나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밥 먹고 술을 마시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사람이다. 또는 ② 나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똥 싸고 오줌 싸는 사람. 나도 별 수 없는 그리고 언젠가는 이젠 ②를 다듬어 봅시다. 그리고 언젠가는 첫 번째 시와 두 번째 시가 주는 느낌이 다르지요? 두 번째의 시가 천박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요? 아닙니다. 시어는 고상한 말만 사용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말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 욕이라 할 지라도 알맞게 사용하면 진주가 됩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선택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표현방법은 독백적 진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