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구 시작법 연재 5
박석구 시작법 연재5
2001-06-28 제5강
안타깝지요? 왜, 그럴까요? 당신은 허수아비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데, 허수아비만 모르는 비밀 말입니다. 안다면, 어디 한 번, 아무도 모르게 허수아비에게 슬며시 알려 줘 보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그걸 알면 당신은 배반자가 되니까. 지금, 허수아비는 들판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땀을 뻘뻘 흘리며 익어 가는 벼를 지키고 있지요? 그 벼는 누구 것입니까? 허수아비 것입니까, 아닙니까? 이제 비밀을 알았지요? 그럼, 허수아비에게 비밀을 털어놓아 보십시오. 허수아비야, 네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지키는 것들은 네 것이 아니란다. 다듬어서 행을 구분하면 시가 됩니다. 대답해 보십시오, 오리 소리를 흉내내면서. 대답이 생각났으면, 당신이 본 상황과 대답을 결합하여 정리해 봅시다. 오리고기를 먹으며 술을 마시는 저 사람들, 술에 취하면 틀림없이 오리처럼 꽥꽥거릴 것이다. 다듬어서 행을 구분하여 봅시다. 오리 고기를 먹는 * 먹는 대로 된다는 말이 생각나지요? 당신은 어떤 고기를 좋아합니까? 토끼고기, 돼지고기, 여우고기, 뱀고기, 천하를 호령하는 호랑이고기 중, 무엇을 좋아합니까? 아니, 우리는 어떤 고기를 먹고, 어떤 소리를 내며 살아야 뒤탈이 없을까요? *빈집 필요한 것만 선택하여 정리해 봅시다. 이것이 소재 선택. 소재 선택은 당신의 권리. 당신 뜻대로 골라 정리해 보십시오. 다듬어 봅시다. 모두 떠나갔구나 산 속에 발자국이 남을까요? 남지 않을까요? 모르겠으면, 당신이 직접 걸어 보고 정리해 봅시다. 눈이 내리는 산 속을 낯모르는 사람 하나가 걸어가고 있는데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 다듬어 봅시다. 눈 내리는 산 속 한 번 소리내어 읊어 봅시다. 시는 소리 내어 읊어 봐야 가슴이 울립니다.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읊어 봅시다. 그러면 그 속에서 다른 뜻이 울어 나옵니다. 이것이 시의 함축성. '발자국' 속에 숨겨진 의미는 무엇일까요? 말을 바꾸면, '발자국'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삶의 흔적'을 나타낸다고 해도 되겠지요? * 흔적 없이 살아가는 '낯모르는 사람'은 당신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신선이나 도인이겠지요? 뭐라고 투덜댑니까? 당신의 가슴속에 핀 개불알풀꽃이 뭐라고 투덜댑니까? 다시 한 번 들어보십시오. 들려 오지요? 어떻습니까, 꽃에게 욕을 얻어먹은 기분이? 그 기분을 개불알풀꽃에게 그대로 털어놓아 보십시오. 조금만 다듬으면 시가 됩니다. 어차피 시는 말장난, 맛있고 멋지게 고쳐 봅시다, 사과처럼. '내가 마음이 편치 않다'를 '내가 개불알이란다.'로 바꾸면 멋지겠지요? 그러면 개불알꽃이 웃겠지요? 표현기교는 돈호법, 의인법. 표현방법은 당신의 심정을 털어놓은 독백적 진술입니다. '개불알'이 동어반복이지요? 이때는 동어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유희적 효과입니다. 그럼, 어린이가 되어 보십시오. 아이의 총을 빌려 당신의 마음대로 총을 쏘아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온 세상을 당신의 손 안에 넣을 수가 있습니다. 동네 꼬마아이놈은 장난감 총 하나만 가지면 온 세계를 정복할 것같이 설쳐댑니다. 나는 그놈이 부럽습니다. 약간의 변화를 주어 꼬마아이놈에게 당신의 심정을 털어놓는 형식으로 바꿔 보십시오. 이것이 당신의 심정을 고백하는 독백적 진술. * 이제 당신은 세계를 정복하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가슴 속에 쌓인 것이 있을 때는 아이의 총을 빌리십시오. 사면 절대 안됩니다. 반드시 빌려야 됩니다. 그래야 아이들의 가슴을 빌릴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삶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닙니까? 아이들은 아이들의 장난감, 어른들은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세상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