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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저수지 / 동길산

백연심 2006. 11. 16. 16:18
저수지 / 동길산 (1960~)


등분할 수 있다면 반으로 나누겠네. 경계에 내
생의 꼭지점을 부표로 띄우고 수문을 열겠네.잘
가라 유년아 성가신 청년아 깃발처럼 팽팽하게
펄럭이던 격정아. 작별은 언제나 짧네. 기약하
지 않네. 물살에 실려 하염없이 멀어져 가네.손
아귀에서 아직 파닥거리는 미끄러운 기억들아.
수위가 더 낮아지기 전 이제는 방생해야겠네.가
파른 제방에 앉아 손에 배인 비린내 오래오래 비
벼 지워야겠네.


[해설]
성장기의 상처와 격정의 기억들로 어느덧 위험
수위에 달한 생의 저수지. 문득 '나'는 그 걸
느끼고 물꼬를 활짝 열어 제치며 아무것도 기
억하지 않는 작별을 행한다. 그럼에도 물살에
휩쓸려가지 못하거나 그 저수지에 여전히 살기
를 고집하는 추억의 물고기들을 방생하고자 한
다. 한 가닥 남은 손가락 비린내조차 말끔이 씻
어내며 새로운 혼의 모험을 준비한다.-시인 임
동확

-광주일보. 2005년 10월 11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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