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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가.4 / 정진규

백연심 2006. 9. 13. 03:28
연가.4
정진규

한 사람에게만 끝끝내 들겨버리기
모든 것 다 내어주기
고무신짝 하나 남기지 않기
뿌리를 내리기 머물러 있기
거름으로 썩을 줄 알기
그런 사랑을 해봤음 좋겠네요, 참말로
그러나 나 늘 떠나요
누구에게나 들켜버려요, 이다지 헤퍼요
아니죠, 모든 그대가 서로를 버리는 거죠
밀어내고 있는 거죠
이제 또 어느 문전에 가 머물까요
갈아입을 속곳 하나
겨우 챙겨 넣었지요
봇짐 벗어두고
강가에 앉아 때묻은 발
씻고 또 씻으면서 한없이 울었지요
한 사날쯤이었나요,
햇빛 밝은 날은
늘 비가 오는 세상,
문득 보이네요
한 마리 날쌘 말을 타고 벌판을 가로지르는
저 싱싱한 사내,
어디선가 펄펄펄 끓고 있을
한 가마솥의 뜨거운 목욕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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