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편지 / 김남조

백연심 2006. 9. 13. 03:05
편지 / 김남조 (1927~)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
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해설]
편지 한 구절 쓰면 그 한 구절을 따라 읽는 '그대'는 일차적으로 '나'의
연인이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영롱한 거울기도 하는 '그대'는
'나'를 기쁘거나 외롭게 하는 내 안의 타자다. 그래서 '나'는 자주 그 거
울의 반사면을 들여다보며 정직하게 살려 애쓰거나 단정한 품행을 잃지
않으려 한다. 또한 매일 쓰지만 한 번도 부치지 않은 편지를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려 한다. 그 맑고 깊은 거울 속의 사랑스런 사람은 다름
아닌 글썽이는 눈매 '나'의 분신인 까닭이다.-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2005년 9월 6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