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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늘의 시 -서해 2 / 문동만

백연심 2006. 9. 11. 08:04
서해2 / 문동만(1966~)


포구에서 잘 익은 뱃사람들이 딱 손바닥만한
우럭새끼 한 마리를 안주 삼아 두 저의 안주로 나눠
됫병 소주 반을 비우고 있다
9월이면 꽃게를 찾아 백령도로 갈 것이라 한다
나도 경계 없는 심해에 둘러친 그물을 한 코 한 코
성긴 집게발로 찢고 찢으며 기어가고 싶었다
수장당한 살점들이여 이곳처럼 그곳도 그러하리라
육담과 욕지기에 절은 땀과 황혼의 포구에서
우럭들이 거므스레 늙고 있을 것이다


(해설)9월이면 꽃께어장이 형성된다는 백령도 부근은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지점. 그 바다 어디에 어찌 국경선이 있었으랴. 하지만 얼마
전 교전까지 일어나 꽃다운 젊은 목숨들이 수장당해야 했던 것을. 필시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걸직한 육담이나 욕지기를 공유했을 남북
의 어부들이 우럭새끼를 안주 삼아 함께 됫병 소주를 나누는 날은 그
언제 오려는 가 -임동확 시인

-광주일보. 2005.9.23-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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