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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 44사이즈를 알게되다.

백연심 2006. 6. 16. 13:16

                      

 

주위에 늘 무난한 삶을 사는 여인네들로 가득찬 관계로 여성의 사이즈라든가, 다이어트라든가 하는 문제는, TV 혹은 인터넷이슈 정도로만 치부했다.

내가 누군가에 사이즈를 맞추어 옷을 사줄 일도 없었고, 특히나 옷 등 스타일에 대해서는 둔감한 편이라, 사이즈라든가 하는 개념이 머리 한구석에도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44사이즈'라는 것에 알아야되는 상황이 와버렸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개인적 관심사 + 직업적 기질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것도 아닌 '44사이즈'에 대한 사이즈 규정이 머리속에 잡혀야했다. 백화점도 아니고, 사무실에서 말이다.

 

재빨리 신체적으로 이성적이나 정신적으로 동성적인 느낌을 갖는 친구에게 메신저로 물어봤다.

 

"00야 44사이즈면 어느 정도냐?"

"......나보다 말랐다"

 

그 친구는 평소에 살이 없다고 친구들끼리 구박한 친구였다. '44사이즈' 감이 팍 왔다. 그리고 다시 시선은 인터넷이슈란에 뜬 "요즘 44사이즈 열풍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와 글들이다.

 

'44사이즈'. 이것이 여자에게 (무던한 사람들을 제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숫자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되었다.

 

이 사이즈가 백화점등에서 불티나가 잘 팔려나간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알았다. 현대 여성들이 신체적으로 고난의 길을 걷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였다. 이후에도 후배나, 친구들을 만나면 물어보곤했다. 그때마다 한결같은 반응은 '44사이즈'에 대한 극한 거부감이였다. 몇명 44사이즈를 입는다는 후배들은 모두 아담사이즈 체격이였다. 그러면서 키가 165이상인 상태에서 44사이즈라면 정말 말랐다고 강조한다.

 

'44사이즈'를 향한 고행 (아마도 불교에서의 고행도 이를 못 이기리라). 그 길은 정말 험난함을 며칠에 걸쳐 알게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이를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마치 '44사이즈'가 안되면 아름다운 여성의 몸매가 아닌 듯한 뉘앙스를 팍팍 풍기면서 말이다.

 

혹자는 이런 고행은 남자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느 댓글에서 "이는 모두 여성을 상품화시키고 외모로만 따지는 남자들 때문이다"라는 말도 있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한 몫을 하고는 있겠지만,  여고, 여대에서 서로간 경쟁심리가 남녀공학보다 더 치열함을 상기하면 반드시 남자들때문만은 아니다.

 

어쨌든 44사이즈를 알고난 뒤, 이를 향한 고행의 길에 대해 안쓰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 고행의 길을 완성해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경쟁력을 갖게되었다고 느낀다면 달리 할말은 없다. 그러나그 고행의 기간중에 스스로를 망치게 되고, 그 길로 인해 다른 길을 보지 못한다면, 또 그 정도를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없어 집착으로 향하게 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별로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44사이즈 = 득도'는 아니잖는가.^^

 

 

-아해소리-

출처 : 규정되지 않은 삶, 규정되기 싫은 삶
글쓴이 : 아해소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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