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작 시

세탁기

백연심 2008. 1. 29. 11:12

세탁기

 

 

-연심

 

 

새로 산 세탁기로 빨래를 하는 일은 행복하다.

모래성을 쌓아 무너뜨리고

쌓았다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며

세상에서 묻어 온 먼지와 때

욕심과 교만

자만심을 버리고

감사함으로 하루를 살며

꽃잎을 흩날려 씻어 내면서

기도하는 기쁨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 담을 무너뜨리고

너와 나의 벽을 부수고 넘어서

뒤섞여 우리로 하나되는 울타리

 

모난 곳은 깎고 둥근 곳은 윤을 내어

눈처럼 하얀

아기처럼 순수해지는 순백

닦고 또 닦아도 아직 미처

버리지 못한 미련을 비워내며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빈손으로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햇살을 받아들이는 일은

여유로움이 다가오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