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시
[스크랩] 점(占)집 앞에서 / 박주택
백연심
2008. 1. 28. 15:18
점(占)집 앞에서 / 박주택 (1959~ )
바로 저기, 골목은 오래도록 천식을 앓고
바람이 익어가는 감나무 그늘아래 수화(手話), 잡초, 그리고
담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 너의 조그만 창문도
너의 것에 힘입어 밖을 향해 열렸으리라. 다시 한 번
두 시의 불탄 소리 속에서 겁먹은 운명은
귀먹은 듯이 울먹인다. 나를 부르지 마라
한때 무화과나무 꽃 필 때, 나의 집 문은 빛나고
황금빛처럼 구김살 없는 여기, 그곳의, 나는
너의 눈물을 입술로 핥을 수도 있었다
저곳에 씌여진 우리 생의 수기(手記)는 얼마 동안이나
펼쳐지기를 기다렸다는 말인가?
날개들이 흘러들고. 젖을 먹인 적이 없는
날개들은 너와 내가 약속한 옛날의, 처음의 갸륵한
눈빛이다. 용서해라. 더 많은 것이 온순해지기 전
이별의 한 가운데로 흘러가는
운명의 얇은 눈매들을 - -
[해설]
점집을 찾는 사람은 주어진 현실의 불행을 설명해낼 수 없는
무능에 직면하여, 스스로가 겪은 고통이나 형벌을 원망하거나
체념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자기 앞의 세계에 겁먹은 자이지
만, 동시에 소극적이나마 그 속에서 견디는 방식을 구하는 자
이다.
제 운명을 타인에게 묻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에게 집중되는
불행과 재난조차 제 운명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구김살 없는'
'옛날' 혹은 '처음'의 온전한 전체와 화해를 시도한다. 생의
한 가운데로 흘러가는 무수한 이별과 용서 없이 한 개인과 운
명이 결코 완수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에-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17088호-
바로 저기, 골목은 오래도록 천식을 앓고
바람이 익어가는 감나무 그늘아래 수화(手話), 잡초, 그리고
담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 너의 조그만 창문도
너의 것에 힘입어 밖을 향해 열렸으리라. 다시 한 번
두 시의 불탄 소리 속에서 겁먹은 운명은
귀먹은 듯이 울먹인다. 나를 부르지 마라
한때 무화과나무 꽃 필 때, 나의 집 문은 빛나고
황금빛처럼 구김살 없는 여기, 그곳의, 나는
너의 눈물을 입술로 핥을 수도 있었다
저곳에 씌여진 우리 생의 수기(手記)는 얼마 동안이나
펼쳐지기를 기다렸다는 말인가?
날개들이 흘러들고. 젖을 먹인 적이 없는
날개들은 너와 내가 약속한 옛날의, 처음의 갸륵한
눈빛이다. 용서해라. 더 많은 것이 온순해지기 전
이별의 한 가운데로 흘러가는
운명의 얇은 눈매들을 - -
[해설]
점집을 찾는 사람은 주어진 현실의 불행을 설명해낼 수 없는
무능에 직면하여, 스스로가 겪은 고통이나 형벌을 원망하거나
체념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자기 앞의 세계에 겁먹은 자이지
만, 동시에 소극적이나마 그 속에서 견디는 방식을 구하는 자
이다.
제 운명을 타인에게 묻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에게 집중되는
불행과 재난조차 제 운명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구김살 없는'
'옛날' 혹은 '처음'의 온전한 전체와 화해를 시도한다. 생의
한 가운데로 흘러가는 무수한 이별과 용서 없이 한 개인과 운
명이 결코 완수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에-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17088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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