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시
[스크랩] 최첨단 / 문인수
백연심
2008. 1. 28. 15:05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⑥ 세상 먼저 뜬 큰 누님, 오랜 친구 “인생이 있긴 있나” 시인의 번뇌 유난히 고단했나 보다. 문인수 시인에게 지난 1년은, 험하고 힘겨웠나 보다. 시인이 한 해를 보내며 내려놓은 시편을 따라 읽는 일은, 당신의 아픈 기억을 들추는 것처럼 가슴 시렸다. 지난해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시인은 예의 날카로운 언어로 얄팍한 세상살이를 꾸짖었고, 삶의 생생한 기운을 능청스레 노래했다. 환갑 넘은 나이는 문인수란 시인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하나 올해의 시편은 어둡다. 우울하고 슬프다. 시인은 한 해 동안 42편의 시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한겨울 섬진강변에서 지켜본 되새 때의 모습을 분 단위로 묘사한 ‘새떼’ 연작이 10편이다. 이 열 편을 제외한 32편 중에서 죽음이 직접 등장하는 시가 12편이다. 나머지 20편에서도 상실의 정조가, 그에 따른 허망한 심사가 새벽 안개처럼 잔뜩 드리워져 있다. 어찌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올 초 시인은 오랜 친구를 잃었다. 고(故) 박찬 시인이다.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지켜보며 시인은 세 편의 시를 썼다. 앞세운 친구를 애도하는 마음보다, 어찌하다 남아버린 친구의 비애가 되레 도드라진다. ‘도대체, 인생이 어디 있나, 있긴 있었나 싶을 때가 있다./나 허물어지는 중에 장난치듯/한 죽음이 오히려 생생할 때 그렇다.’(‘오후 다섯 시-고, 박찬 시인 영전에’ 부분) 시인의 주변에서 죽음은 또 있었다. 지난해 시인의 큰 누님이 돌아갔다. 한데 아흔여섯 연세의 어머니는 여전히 곁에 계신다. 이 난감한 상황이 안타까운 시 한 편을 또 낳았다. ‘큰 누님 저 세상 갔다./향년 76세, 삼일장을 치른 뒤 우리 남매 어머니한테 갔다./활짝 반기면서 어머니는 대뜸,/하필 내게 물었다./“느그 큰 누부는 안 오나……?”(약속대로 우리는)나는, 딴청을 피며 어물쩍 넘겼다./…/큰 누님 안부, 다시는 한 번도 잠잠 묻지 않는다.’(‘뻐꾸기소리’부분) 시인의 형제는 당신의 자식이 먼저 간 일을 알리지 않았다. 혹여 노모가 쓰러지실까 저어한 때문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당신은 딱 한 번만 첫째 안부를 물으시곤 다시는 첫째를 찾지 않았다. 시인은 “당신께서 알고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제 중에서 가장 자주 얼굴 보이던 첫째가 어느 날부터 나타나지 않는 걸 보고, 다른 자식들이 애써 무언가 감추는 걸 알고 당신께선 이내 받아들이셨던 게다. 꾹꾹 삼키고, 또 삭히셨던 게다. 문태준 예심위원은 “시인의 심정을 드러내는 시어라면 아마도 ‘소실점’일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 ‘소실점’이 앞서 옮긴 시편에서도 보인다. ‘새 길게 날아가 찍은 겨자씨만한 소실점, 서쪽을 찌르며 까무룩 묻혀버린 허공처럼/하루가 갔다.’라고 시인은 적었다. 시인은 자꾸, 먼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 다음번 시인을 만날 땐 예전의 그 얼굴로 돌아가 있기를, 혼자서 빈다. 목이 메어 혼났다. <중앙일보> 글=손민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출처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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