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시

[스크랩] 밀물 / 정끝별

백연심 2008. 1. 28. 15:00

밀물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1964년 전남 나주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박사과정 졸업
《문학사상》 <칼레의 바다> 외 6편의 시가 당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
현재 명지대 국어국문과 교수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흰 책』
시론집 『패러디 시학』평론집 『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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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참,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시다.  길지는 않지만, 함축하고 있는 바는
깊고도 아늑하다. “가까스로” 저녁나절에야 가족이라는 항구에
미끄러지듯 닻을 내리는 삶의 애환이 가슴 뭉클하게 손에 잡힌다.
서로의 젖은 상처를 쓸어 내리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 응, 바다가 잠잠해서...

하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 것인가
여백으로 처리된 뒷 배경이 뱃전에 부서지는 햇살처럼 따뜻하다.
“가까스로“ 밀린 일을 처리하고, 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타고
”가까스로“ 지금 집에 가는 중이다.
그리고 오순도순 누워 군고구마를 까먹거나,
TV 드라마를 보는 밀물의 저녁시간은 참 행복할 것이다.
(양현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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