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시

[스크랩] 한진여 / 장석남

백연심 2008. 1. 28. 14:57
한진여 / 장석남 (1965~ )


나는 나에게로 가기를 원했으나 늘 나에게 가기 전에 먼저
등뒤로 해가 졌으며 밀물이 왔다 나는 나에게로 가는 길을
알았으나 길은 물에 밀려가고 물 속으로 잠기고 안개가 거
두워 갔다.
때로 오랜 시간을 엮어 적막을 만들 때 저녁 연기가 내 허리
를 묶어서 참나무 숲속까지 데리고 갔으나 빈 겨울 저녁의
앙상한 바람들로 나를 윽박질러 터트려버렸다.
나는 나인 그곳에 이르고 싶었으나 늘 물밑으로 난 길은 발
에 닿지 않았으므로 이르지 못했다
이후 바다의 침묵은 파고 3 내지 4미터의 은빛 이마가 서로
애증으로 부딪는 한진여의 포말 속에서만 있다는 것을 알았
다.
침묵은 늘 전위 속에만 있다는 것을.

[해설]
밀물 때는 잘 보이지 않으나 썰물 때 드러나는, 물 속의 바위
가운데 하나인 '한진여'는 제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미
혹에 가려 찾지 못하는 '참 나'(眞我)의 모습에 다름이 아니
다. 제 의지나 갈망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아름다운 꿈이나 우
주적 기원과 맞닿아 있는 열린 무의식의 영역이라고 해도 무
방하다.

가리어진 눈으로 보이지 않은 세계이기에 침묵으로 다가설
수 밖에 없는, 제 마음을 닦고 깨달아 자타(自他) 분별을 넘어
선 자만이 겨우 닿을 수 있는 그리운 고향이다. -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제17055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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