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시

[스크랩] 유모차 / 김연종

백연심 2008. 1. 28. 14:53
유모차 / 김연종


찌그러진 유모차를 끄는
노파가 있다
새벽시장 갈 때도
노인정에 나갈 때도
늘 유모차와 동행한다
할머니와 유모차 사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던 손주 놈도
제 몸의 추를 스스로 다스리면서
유모차 밖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이제 빈 유모차와 노파 사이 기울어진 추를
벽돌 두 쪽이 대신하고 있다
벽돌 대신 간혹 무 다발을 싣고
리어카보다 더 빠르게
찌그러진 유모차를 끌고 있는
노파가 있다

-시집 '극락강역'(종려나무)중에서

[해설]
나는 노파를 끌고 가는 유모차를 보았다. 자꾸만 구부러지는
허리를 세워 주며, 자꾸만 헛딛는 발을 불러들이며, 자꾸만 어
딘가에 부딪는 몸을 대신 막아주는 효자 같은 유모차를 보았다.
꿩처럼 흩어진 아들과 며느리, 노루처럼 달아난 손주 대신 저
사려 깊은 '네 바퀴 효부'는 행여 가벼운 제가 뒤집힐세라 벽돌
손주를 입양했구나. 살아온 내력처럼 우툴두툴한 보도를 달달
거리며 유모차가 노파를 끌고 저문 강 저 너머까지 가는 걸 보
았다.-시인 반칠환

*동아일보.2007년 8월 31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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