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시

[스크랩] 혜초의 시간 / 이승하

백연심 2008. 1. 28. 14:51
혜초의 시간 ―투루판에서 둔황까지 이승하 또 다시 황사바람이 불어와 눈 비빈다 이 모진 바람 언제부터 불어왔을까 산맥을 넘고 사막을 지나온 시간 바위가 돌이 되듯 세월 부서지고 돌이 모래가 되듯 시간 쌓였으리 둔황 막고굴에 봉인되어 있던 혜초의 시간 장장 1200년 그동안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어가면서 참 많이도 울었으리 눈물 없는 서방정토를 꿈꾸며 그렸을까 둔황벽의 그림을 시간은 바람처럼 왔다 물처럼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땀 흘리며 그려내는 것 둔황 가는 길 다리 아파 밤하늘 우러르니 캄캄한 저 하늘에 가물가물 별빛 하나 고개 끄덕이며 내 가슴에 불 밝힌다. ―<불교문예> 2001년 여름호. 1960년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졸업 중앙대학교·서일대학 문예창작학과, 서울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시간강사 역임 인천 재능대학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역임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조교수 1981년  {詩文學} 전국대학 문예작품 공모 시 당선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8년  1천만원 상금 [KBS 방송문학상] 중편소설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1991년  문예진흥원 제정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수상 1993년  총동문회 제정 서라벌문학상 신인상 수상 2002년  제2회 지훈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등 다수 평론집 <한국의 현대시와 풍자의 미학>, <생명 옹호와 영원 회귀의 시학>, <한국 현대시 비판> 등 다수,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 산문집 <그렇게 그들은 만났다>, <헌책방에 얽힌 추억>, <빠져들다> 등 다수 편저  <한국현대 대표시선>, <송욱>, <2002년 오늘의 좋은 시> 등 시 해설서 <백 년 후에 읽고 싶은 백 년의 시> 등 ------------------------------------ [감상] 둔황은 실크로드로 유명한 도시이다. 또한 둔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명사산에는 수많은 동굴로 이루어진 막고굴(莫高窟)이 있는데, 1천 년 동안 수많은 수도승들이 모여들어 7백여개의 굴이 생겨났고 지금도 5백여개가 남아 있다고 한다. 특히 막고굴은 1908년 혜초의 인도 기행문인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곳으로 유명하다. 모래더미 속에서 잊혀졌던 1,200년의 세월, 혜초의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역사가 쓰여졌고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랑이 봉인되었던 것일까. 기쁨이나 슬픔, 이별, 노여움, 그리움과 같은 감정은 또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 것인가. 시간은 무엇이고, 그 무구한 시간 앞에 우리 인간이란 또 얼마나 미약한 존재란 말인가. 비행기도 자동차도 없던 서기 700년대의 먼 옛날에 중국과 인도 전역을 도보로 순례한 혜초 스님이, 우리에게 묻는다.  잊혀진 1,200년을 타 넘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자 질문이다. 그 화두는 시간이란 "내가 땀으로 그려내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린다.  혜초의 시간이 단절된 시공을 타 넘어 캄캄한 밤하늘의 별빛이 되는 날, 내 가슴에 불을 밝히는 날, 서녘하늘이 둔황벽화처럼 붉다. [양현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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