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시

[스크랩] 밀물 여인숙.3 / 최갑수

백연심 2008. 1. 28. 14:48
밀물 여인숙 3 
최갑수
창밖을 보다 말고 
여자는 가슴을 헤친다 
섬처럼 뛰어오른 상처들 
젖꽃판 위로 
쓰윽 빈배가 지나고 
그 여자, 한 움큼 알약을 털어넣는다 
만져봐요 나를 버텨주고 있는 것들, 몽롱하게 여자는 말한다 
네 몸을 빌려 
한 계절 꽃피다 갈 수 있을까 
몸 가득 물을 길어 올릴 수 있을까, 와르르 세간을 적시는 
궂은 비가 내리고 
때 묻은 커튼 뒤 
백일홍은 몸을 추스린다 
그 여자도 나도 이해하지 못한다 
애처로운 등을 한 채 
우리가 이곳에 왜 오는지를 
비가 비를 몰고 다니는 자정 근처 
섬 사이 섬 사이 
두엇 갈매기는 날고 
밀물 여인숙 
조용히 밀물이 들 때마다 
- 문학동네 1997년 여름 시당선작 


1973년 경남 김해 출생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1997년 [문학동네] 하계문예공모 당선
시집 [단 한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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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그녀를 지탱하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외항을 헤매는 고동소리일까 아니면, 그녀의
등에 새겨진 수많은 외로움의 지문이었을까
슬픔과 슬픔 사이, 
몸과 몸 사이, 하루에도 수없이 물이랑이
들이치는 삶의 여인숙에서 그녀는 저 혼자
일으키는 물무늬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정 근처, 그녀가 왜 아직도 밀물여인숙
한 켠에서 젖은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창 밖 어둠을 슬쩍 당겨 덮어 보지만,
이 밤, 폐선의 흔들림이 깊다. [양현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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