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시

[스크랩] 나뭇잎의 말 / 배한봉

백연심 2008. 1. 28. 14:44

나뭇잎의 말
배한봉
바람 불고 어둠 내려서 길 잃었네
나무야, 너는 굳센 뿌리로 대지를 움켜쥐고
팔 들어 별을 헤아리겠지만, 나는
네 뿌리 밑으로 노래의 씨를 묻는다네
길 잃은 슬픔 너무도 오래 사랑하여
슬픔이 한 꽃송이로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는
외로운 시간 너무도 오래 사랑하여
슬픔이 한 꽃송이로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는
나무야, 네 뿌리 밑으로 별의 푸른 밝음을 묻는다네
영영 결별 없는 사랑이 되기 위해
언 땅 위에서 아직도 집 짓지 못한 벌레의 집이 되고
동행 없어 외마디 비명으로 죽어 가는 바람의 친구가 되고
나는 이제 예감의 숲에
아프고 환한 노래의 씨를 묻는다네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흑조(黑鳥)》(1998), 《우포늪 왁새》(2002) 출간
계간 <시와 생명> 편집위원
웹진 <詩鄕>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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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지난 계절을 기억합니다. 
연푸른 잎새 마디마다 햇살을 모으고, 
길가던 바람을 불러들여 한 세상을 빵처럼 
푸르게 푸르게 부풀리던 
자신만만과 패기를 기억합니다. 
하늘끝까지 닿고야 말겠다던 푸른 오만은 
바람 불고 어둠이 내리는 동안 
슬픔이 꽃 한송이로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외로움이 되었습니다.
뜨겁던 한 시절을 지나 와
다가 올 기인 추위와 이별의 아픔을 예감하며,
이제 ‘아프고 환한 노래의 씨“를 뿌리 밑에 묻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슬픔이 ‘예감의 숲’에 뿌린 씨 덕분에
내년 봄에는 
더욱 더 환한 꽃으로.... 
그대 마음 안에 피어날지도 모릅니다. [양현근]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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