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시
[스크랩] 맹인부부 / 안상학
백연심
2008. 1. 28. 14:40
맹인부부 / 안상학 (1962~ )
길을 보지 못하는 그들이
길을 묻는다. 침술원이 어디냐고
길을 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저기 있어요. 손으로 가리키다가 말문이 막힌다.
소매를 잡고 길을 간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눈을 감아본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살면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엄살 떤 적이 있었던가
침술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캄캄하다.
귀를 쫑긋 세우는 맹인 침술사
불도 켜지 않은 채
맹인부부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
거리로 나서는 순간 눈앞이 캄캄하다.
햇살이 더 어둡다.
[해설]
참된 도덕 또는 윤리는 순간적 착각이었으나마 맹인을
자신과 다르지 않는 정상인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
의 이기성과 자기 위주의 규범 또는 척도를 반성하고
폭로하는 데서 시작된다. 유언무언(有言無言)으로 지
금 내 앞에서 '왜 나만 이런 고통을 당하는가' '나에
대해 책임져라' 외치고 호소하는 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완성된다.
맹인부부를 침술원으로 인도하고 나선 순간 마주친 대
낮의 어둠은, 타자가 그저 시혜나 봉사의 대상이 아니
라 나의 근원적 도덕성 또는 윤리성을 일깨워 주고 있
는 것이다. -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17114호-
길을 보지 못하는 그들이
길을 묻는다. 침술원이 어디냐고
길을 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저기 있어요. 손으로 가리키다가 말문이 막힌다.
소매를 잡고 길을 간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눈을 감아본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살면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엄살 떤 적이 있었던가
침술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캄캄하다.
귀를 쫑긋 세우는 맹인 침술사
불도 켜지 않은 채
맹인부부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
거리로 나서는 순간 눈앞이 캄캄하다.
햇살이 더 어둡다.
[해설]
참된 도덕 또는 윤리는 순간적 착각이었으나마 맹인을
자신과 다르지 않는 정상인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
의 이기성과 자기 위주의 규범 또는 척도를 반성하고
폭로하는 데서 시작된다. 유언무언(有言無言)으로 지
금 내 앞에서 '왜 나만 이런 고통을 당하는가' '나에
대해 책임져라' 외치고 호소하는 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완성된다.
맹인부부를 침술원으로 인도하고 나선 순간 마주친 대
낮의 어둠은, 타자가 그저 시혜나 봉사의 대상이 아니
라 나의 근원적 도덕성 또는 윤리성을 일깨워 주고 있
는 것이다. -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17114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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