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 있는 시
[스크랩] 실업 / 여림
백연심
2008. 1. 28. 14:37
실업 / 여림 (1965~2001)
즐거운 나날이었다 가끔 공원에서 비둘기 때와
낮술을 마시기도 하고 정오 무렵 비둘기 떼가 역으로
교회로 가방을 챙겨 떠나고 나면 나는 오후 내내
순환선 열차에 고개를 꾸벅이며 제 자리 걸음을 했다
가고 싶은 곳들이 많았다 산으로도 가고 강으로도
가고 아버지 산소 앞에서 한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저녁이면 친구들을 만나 여느 날의 퇴근길처럼
포장마차에 들러 하루 분의 끼니를 해결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과일 한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름다웠다 아내와
아이들의 성적 문제로 조금 실랑이질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어서는 다음 날 해야 할 일들로
가슴이 벅차 오히려 잠을 설쳐야 했다
이력서를 쓰기도 이력이 난 나이
출근길마다 나는 호출기에 메시지를 남긴다
"지금 나의 삶은 부재중이오니 희망을
알려 주시면 어디로든 곧장 달려가겠습니다"
[해설]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직업을 찾을 수 없고,
능력과 나이에 상관없이 문득 해고통지서를
받을 수 있는 고실업과 고용불안의 시대, 감
당할 수 없는 실업의 시간을 떼우기 위해 하
루 종일 여기저기를 배회하다 힘없이 귀가하
지만, '나'는 그 속에서도 '다음 날 해야 할
일'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이력서 쓰기에도 이력'이 난 '나'
는 정상사회의 정상인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
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작고 희미한
희망의 신호라도 보이면 '어디로든 곧장 달
려 가겠다'며, 금방 달라질 것 없는 현실 속
에서도 결코 '존재에의 용기'를 잃지 않는다.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17130호-
즐거운 나날이었다 가끔 공원에서 비둘기 때와
낮술을 마시기도 하고 정오 무렵 비둘기 떼가 역으로
교회로 가방을 챙겨 떠나고 나면 나는 오후 내내
순환선 열차에 고개를 꾸벅이며 제 자리 걸음을 했다
가고 싶은 곳들이 많았다 산으로도 가고 강으로도
가고 아버지 산소 앞에서 한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저녁이면 친구들을 만나 여느 날의 퇴근길처럼
포장마차에 들러 하루 분의 끼니를 해결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과일 한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름다웠다 아내와
아이들의 성적 문제로 조금 실랑이질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어서는 다음 날 해야 할 일들로
가슴이 벅차 오히려 잠을 설쳐야 했다
이력서를 쓰기도 이력이 난 나이
출근길마다 나는 호출기에 메시지를 남긴다
"지금 나의 삶은 부재중이오니 희망을
알려 주시면 어디로든 곧장 달려가겠습니다"
[해설]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직업을 찾을 수 없고,
능력과 나이에 상관없이 문득 해고통지서를
받을 수 있는 고실업과 고용불안의 시대, 감
당할 수 없는 실업의 시간을 떼우기 위해 하
루 종일 여기저기를 배회하다 힘없이 귀가하
지만, '나'는 그 속에서도 '다음 날 해야 할
일'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이력서 쓰기에도 이력'이 난 '나'
는 정상사회의 정상인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
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작고 희미한
희망의 신호라도 보이면 '어디로든 곧장 달
려 가겠다'며, 금방 달라질 것 없는 현실 속
에서도 결코 '존재에의 용기'를 잃지 않는다.
-시인 임동확
-광주일보 17130호-
출처 :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글쓴이 : 김영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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